'큰물로 가자'…식품업계, 글로벌 생산 인프라 강화
'큰물로 가자'…식품업계, 글로벌 생산 인프라 강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4.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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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상·농심·풀무원, 미국·중국·베트남 신규공장 속속 가동
포스트 코로나 채비 신시장 창출…K-푸드 외연 확장 기대
CJ제일제당의 베트남 키즈나 공장 전경.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베트남 키즈나 공장 전경. [사진=CJ제일제당]

K-푸드 대표주자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며 포스트 코로나 채비에 적극 나선다. K-푸드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강화한 만큼 해외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대상, 농심, 풀무원 등 대형 식품기업들은 최근 해외공장을 신설,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시켰다. 이는 해외를 무대로 한 신시장 창출로 외형을 키우고 인지도를 높여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매출액 기준 국내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최근 베트남에 ‘키즈나 공장’과 자회사 CJ Feed&Care(피드앤케어)를 통해 ‘구찌 냉장육 공장’ 2곳을 잇달아 준공했다. 1만500여평 규모의 키즈나 공장은 2025년까지 1000억원이 투자되는 대형 생산기지다. 이 곳에서는 제일제당의 6대 글로벌 전략제품(GSP) 중 만두와 가공밥, 김치, K-소스 등 4대 품목이 생산된다.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중동 중심의 할랄(Halal) 식품시장을 겨냥한 전용 생산동도 갖췄다.

제일제당의 해외 생산기지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생산→수출(Global to Global)’ 모델이 적용됐다. 제일제당은 베트남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국과 일본, 동남아는 물론 EU(유럽연합)와 호주까지 수출을 활발히 추진할 방침이다. 

제일제당의 자회사이자 사료·축산 사업을 영위하는 CJ피드앤케어의 구찌 냉장육 공장의 생산규모는 8200톤(t)이다. 가동 전과 비교해 피드앤케어의 생산능력은 10배로 늘었다. 피드앤케어는 첨단 콜드체인 시설을 갖춘 구찌 공장을 앞세워 세계 3위의 돼지고기 소비지인 베트남 육류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낸다.

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공장 2곳을 추가로 가동하면서 글로벌 공장은 총 36곳으로 늘었다. 국내(25곳)보다 훨씬 많은 수다. 제일제당은 앞서 올 초 본사를 글로벌 HQ(헤드쿼터)와 한국 식품사업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올해 해외사업 추진력을 더욱 높이고 글로벌 종합식품회사의 비전 달성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자회사 'CJ피드앤케어'의 베트남 구찌 육가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자회사 'CJ피드앤케어'의 베트남 구찌 육가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CJ제일제당]
대상의 미국 LA공장 준공식. [사진=대상]
대상의 미국 LA공장 준공식. [사진=대상]

김치 수출 1위 브랜드 ‘종가집’을 보유한 대상은 지난 3월 미국 LA에 3000여평 규모의 김치공장을 완공했다. 미국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김치 수요에 대응하면서 유럽 등 서구권 지역까지 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LA 김치공장을 조성했다. 이 곳은 연간 2000t의 김치를 생산한다. 미국에 대규모 김치 생산설비를 갖춘 한국 기업은 대상이 유일하다. 

LA공장에서는 수출 브랜드 ‘종가(Jongga)’ 오리지널 김치를 비롯해 비건(Vegan) 김치 등 현지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 10종이 생산된다.

대상의 김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달러(약 약 357억원)에서 지난해 6700만달러(824억원)로 5년 새 131%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대상은 한국김치 수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임정배 대상 대표는 “미국시장은 김치 세계화를 위한 전초기지”라며 “LA공장이 안정화되면 향후 공장을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이달부터 미국 제2공장을 가동 중이다. 대상과 마찬가지로 LA 인근에 위치했으며 8100여평 규모다. 제2공장이 연간 3억5000만개 가량의 라면을 생산하면서 농심은 미국에서만 총 8억5000만개의 라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멕시코 등 중남미시장까지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만큼 2025년까지 매출액 8억달러(9843억원)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년의 2배 수준이다.    

미국 제2공장은 농심의 6번째 해외 생산기지다. 농심은 지난 1996년 중국 상해에 첫 해외공장을 세운 이후 1998년 중국 청도와 2000년 심양에 이어 2005년 미국 LA공장을 설립했다. 농심 관계자는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 수년 내 회사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농심 미국 제2공장에서 한 직원이 라면 생산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농심]
농심 미국 제2공장에서 한 직원이 라면 생산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농심]
풀무원의 중국 베이징 2공장 전경. [사진=풀무원]
풀무원의 중국 베이징 2공장 전경. [사진=풀무원]

국내 포장두부 1위 풀무원은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 2공장을 준공하면서 두부 생산능력을 기존 1500만모에서 6000만모로 4배 끌어올렸다. 그간 베이징 1공장이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 위주로 두부를 공급했다면, 이번 2공장 준공으로 중국 2·3선 도시까지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 가장 큰 성과다.  

2공장에서는 포장두부와 두부면, 두유 등 콩을 활용한 단백질 제품을 생산한다. 기존 1공장은 냉장면·파스타와 같은 최근 수요가 급증한 가정간편식(HMR) 전용 생산기지로 활용된다. 풀무원은 두부와 간편식 양 축으로 중국 식품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풀무원은 향후 충칭과 상하이, 남방지역에 냉동·냉장 HMR 생산기지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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