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이냐, 단기승부냐"
"장기전이냐, 단기승부냐"
  • 유승지기자
  • 승인 2009.11.15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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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예산 기싸움...4대강 예산내역`뇌관'
與"내달 9일 처리" VS 野 "12월국회 소집"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간 기싸움이 금주 중 `장기전이냐, 단기승부냐'의 기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쟁점사항인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의 세부내역서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다 여야 원내대표 회담도 잡혀 있어 금주 중 예산심사 일정과 처리 시기의 큰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정부가 현재 국회에 제출한 국토해양부 소관 4대강 사업 예산은 국가하천정비 사업에 포함돼 총액계상 형태로 편성돼 있다.

예를 들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수계별 토지매입비, 시설비 등은 있으나 사업공구별 하도 정비, 수중보, 생태하천 조성, 제방 보강, 강변 저류지, 홍수조절지 사업 등의 구체적인 예산내역은 파악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4대강 사업의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는 민주당은 세부내역서를 다시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예결특위와 국토해양위 예산심사 보이콧에 들어갔다.

한나라당도 현재로선 4대강 예산내역이 미비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심재철 예결위원장이 정부에 4대강 예산내역을 보완하라고 주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제는 4대강 예산내역서가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데 있다.

4대강 사업은 제방 보강, 준설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패키지형 사업이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되는 세부사업별 설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요구하는 수준의 세부내역서 작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이 4대강 예산내역서가 제출되더라도 수계별, 공구별 구체적인 사업예산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예산심사 `보이콧' 장기화에 들어갈 수 있다.

더구나 4대강 예산의 범위를 놓고 논쟁이 불거질 소지도 다분하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4대강 예산은 국토해양부 소관 3조5천억원이 전부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토부와 농림부, 환경부, 문화부의 4대강 관련 사업 예산을 모두 합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4대강 예산은 5조3천287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전형적인 예산 발목잡기 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정부 예산규모를 부풀리고, 트집을 잡기 위한 정략적인 의도가 숨어있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정부가 4대강 예산 세부내역서를 제출하면 예결위를 곧바로 가동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심 위원장은 "금주초 정부가 4대강 예산내역서를 보완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4대강 예산내역서가 도착하면 이를 토대로 예결위 예산심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예산내역서 제출을 계기로 여야간 논리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주 중 예산안 처리시기의 큰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12월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금주 중 진행될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20일부터 예결위를 가동해 종합질의(3일), 부처별심사(4일), 계수조정소위를 차질없이 진행하면 내달 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법정시한(12월2일)내 예산안 처리가 어렵다면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정기국회 회기내 예산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이 처리돼야 내년 1월부터 곧바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갈 수 있고, 희망근로와 디딤돌 일자리 사업 등 서민지원 예산도 차질없이 집행할 수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심 위원장은 "민주당이 회기내 예산처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가경제와 서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전체 예산 중 2%밖에 되지 않는 4대강 예산 때문에 98%의 경제살리기, 서민지원 예산을 집행하는데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예산심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4대강 예산을 최대한 꼼꼼하게 심사해 거품을 걷어내고, 이를 아동과 복지, 노인, 중소기업, 일자리, 지방예산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내역서가 제출되면 내부 검증 과정,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 예산 심사를 거쳐 이달 말께 예결위를 시작한다는 잠정적인 일정을 잡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경우 미디어법 재개정 논의 등이 진행돼야 예산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미디어법 폐지안 처리 및 재개정 논의, 손석희씨 등 방송진행자 중도하차와 청와대의 이동통신사 기금출연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이를 반대해 예산심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민주당은 12월9일까지 예결위 예산심사를 끝내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12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할 작정이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 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예결위에서 충분한 예산심사 절차를 밟은 뒤 연말께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예결위 간사인 이시종 의원은 "내달 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한나라당 주장은 국민 혈세로 이뤄진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통법부 역할만 하겠다는 속셈"이라며 "충분한 예산심의를 위해선 12월 국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