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과 윤석열이 만든 '○○ 없는 ○○팀'
[기자수첩] 문재인과 윤석열이 만든 '○○ 없는 ○○팀'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3.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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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TV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홍철팀'인데 방송인 노홍철이 없는 상황이 큰 웃음을 산 적 있다. 이를 두고 '홍철 없는 홍철팀'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후 '○○ 없는 ○○팀'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꼬집는 비유적 표현이 됐다.

정치권에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났다. 자리에는 청와대 유영민 비서실장,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이들은 모든 순간이 '신기록'이었다.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사이 조율 기간 19일, 회동 시간 171분으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현재 산적한 현안은 산더미다. 먼저 출구가 나올 듯 나오지 않는 코로나19 유행, 이로 인해 피해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신속 지원하기 위한 '50조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등 민생 문제가 있다. 정권 교체 시기를 틈탄 북한의 군사 도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안보 문제도 있다.

이뿐 만이던가. 윤 당선인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두 사람 회동이 늘어지게 된 단초로 지적받는 한국은행 총재 인사권 문제를 위시로 언급된 각종 신구 권력다툼 문제 등 각종 정치적 사안들도 있다.

'과거사'도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본경선 당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거냐'는 물음에 "할 거다"라고 단언하면서 정치 보복 논란에 휩싸였다. 또 일각에서는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 전 장관에 대해 과잉 수사를 했다고 지적한다.

두 사람은 이 모든 걸 끌어안고 만났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두 분이 허심탄회 말씀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포장을 벗기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추경 관련 실무 협상, 용산 이전, 안보 문제 등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대부분 "두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했다(혹은 확인했다)" 또는 "견해가 일치했다"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적폐 수사' 발언, 조 전 장관 관련 과거 사안에 대해서도 "일체 거론이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구체적 합의안이 없다'는 지적에도 "국민 여러분께 정권 이양기에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맞잡은 손, 그리고 이 대화로 걱정을 덜어드리는 데 의미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실체 없는, 공허한 대답이다.

두 사람의 이번 회동을 보면서 든 생각은 '소통 없는 소통(팀)'이다. 소통하기 위해 만났지만 사실상 어떤 소통도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다. 여러 사안을 두고 모두 이견만 내던 이들이 구체적 합의안 대신 한 순간 "공감대를 이뤘다"는 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민들은 정말 걱정이 덜어졌을까.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