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대표 논란, 이동걸 스타일 절묘한 '묻어가기' 해석
대우조선 대표 논란, 이동걸 스타일 절묘한 '묻어가기' 해석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3.3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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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부산 이전설'에 文 동생의 동창 사장발탁 '반격'
인수위 "감사원 감사 요청 검토" 강한 불쾌감 안 숨겨
(사진=대통령직인수위,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윤석열 당선인, 이동걸 산은 회장, 박두선 신임 대우조선해양 대표. (사진=대통령직인수위,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다만 문제는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수관계인이라는 부분. 그는 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박 대표가 조선소에서 36년간 일했기 때문에 비전문가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등 논란 확산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다.

윤석열 진영은 격앙된 반응이다. 이날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공기업"이라고 전제하고 "감사원 요건을 검토해 면밀한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형식적 절차이지만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이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논평했다. 

이미 인수위 측은 금융위원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 인선 유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이런 의사가 (금융위를 통해) 전달된 것은 맞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금융위가 중간에서 멘트를 흘려 일어난 이른바 '배달사고'는 아닌 셈. 

결국 '윤석열 대 이동걸 구도'를 고의로 연출한 것이냐는 의문이 떠오른다. 왜 그럴까? 

산업은행 노동조합도 그렇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측은 인수위 업무보고에 불려가지 못한 처지라, 의견을 직접 어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측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산업은행 문제 관련 의견 피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으로서는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그렇잖아도 각종 논란에 휘말려 리더십 부재 평가를 들어왔다.

요새 쌍용차 매각 실패로 분위기가 흉흉하고, 시곗바늘을 좀 더 앞당겨 보면 금년 1월초 유럽연합(EU)이 '승인'하지 않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의 기업합병이 사실상 무산되기도 했다. 다만 이 문제는 노동계가 "3년간 모두를 괴롭혔다"며 이 회장의 책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정도로, 이 회장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우조선해양 알박기'를 통해 리더십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기 자리 알박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남의 사탕을 챙겨주면서 자기도 먹는 구도 혹은 남의 이슈에 자기 거취까지 처리하는 '묻어가는 그림'이라는 얘기다.

실용적이고 능수능란한 수를 둔 셈이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충만할 수도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에 산업은행은 8331억원을 정부에 배당한다. 알토란 같은 효자 노릇을 하는 중요 기관을 이끄는 만큼 리더십 논란은 별론으로 이 회장이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양상이다.

산업은행은 지금은 수장을 회장으로 부르나, 한때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처럼 '총재' 명칭을 쓰기도 했던 유례없는 중요 기관이다. 이 곳의 소용돌이가 그래서 더 흥미롭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