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임선우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
[신간] 임선우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3.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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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음사)
(사진=민음사)

‘왜 내 삶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와 똑같이 생긴 유령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능청스러운 환상으로 표현한 소설이 출간됐다. 신인 소설가 임선우의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다.

29일 출판사 민음사에 따르면 이 책은 2019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한 임선우 작가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덟 편의 작품들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유령의 마음으로’의 인물들은 골똘한 얼굴을 하고 있다. 다만, 소설이 시작될 때에는 자신의 막막한 현실에 매몰되어 고민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면, 소설이 끝날 때쯤에는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느라 골똘해진 얼굴이 된다.

고된 삶에 치여 무거웠던 표정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위하는 데 열중하는 얼굴로 변해 가는 것. 인물들의 내면에 이렇듯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미묘한 순간을, 임선우의 소설은 세밀하게 포착한다.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의 ‘나’는 돌풍에 떨어진 중국집 간판에 맞아 즉사한 뒤 이승에서 부여받은 마지막 100시간 동안 ‘나’의 염원 대신 처음 만난 유령의 꿈을 이뤄 주고자 분투한다.

아이돌이 꿈이었던 그 유령의 노래를 도시 구석구석 울려 퍼지게 하는 데 성공하자 ‘나’는 영영 모를 것 같던 자신의 꿈에 대해서도 비로소 짐작해 보게 된다.

‘빛이 나지 않아요’의 ‘나’는 꿈을 포기하고 얻은 직장에서 만난, 해파리로 변해 가는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긴다.

“지선 씨가 보았을 빛, 단 한 번의 빛만을 생각할 것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의 다짐처럼, 그 생각은 ‘나’의 삶이 잃어버린 빛까지 밝혀 준다.

임선우의 인물들은 다른 이들에게 조심스레 곁을 내어주면서도 자신의 삶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여름은 물빛처럼’의 두 인물, ‘나’와 ‘산’이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사라진 아픔을 안고도 서로 덤덤히 그날의 일과를 나누는 것처럼. ‘낯선 밤에 우리는’의 두 친구가 자주 만나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말하기 어려운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처럼.

작가 임선우가 내보이는 적당한 온기의 관계는 현실의 어려움, 잔뜩 엉킨 관계 속에서 휘청거리는 이들에게 정답 같은 장면이 돼 준다.

kny0621@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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