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동학대 '악순환' 고리 끊어야
[기자수첩] 아동학대 '악순환' 고리 끊어야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2.03.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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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아동학대 범죄 전력자의 아동 관련 시설 운영·취업 여부를 점검한 결과 15명이 법을 위반하고 해당 시설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일정 기간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 체육시설, 의료기관 등 아동 관련 시설을 운영하거나 해당 시설에 취업할 수 없다. 아동학대 피해의 심각성과 재학대 우려를 감안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조사 대상 중 시설 운영자 8명, 취업자 7명 등 15명은 취업제한 기간 내 아동 관련 시설에서 버젓이 일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0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18년 1만8920건에서 2020년 2만5380건으로 34.1% 증가했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 역시 같은 기간 28명에서 43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실제 아동학대 사망 수가 정부 통계의 4.3배 수준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아동 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보호 사건으로 구분해 형사재판이 아닌 가정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진다.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교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상담·치료 등의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동학대 행위자들은 이와 같은 상담 처분에 대해 사법기관의 엄중한 처벌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아동학대 사건이 형사재판으로 넘겨진다고 할지라도 대부분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아동학대 행위자들은 상담에 참여하더라도 본인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정해진 회기만큼 상담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한 재학대 사례도 나타나는 만큼 현재보다 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기관 등이 피해아동을 분리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아동학대 행위자를 먼저 분리함으로써 피해아동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겪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아이들의 눈물과 비극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 방지 대책이 대부분 사후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원인 근절을 위한 폭넓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