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CD기 수수료 놓고 ‘충돌’
은행·증권, CD기 수수료 놓고 ‘충돌’
  • 문경림기자
  • 승인 2009.11.1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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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보유한 현금인출기 적으면 수수료 더 내야”
금융투자업계 “소비자 부담커, 대형은행만 배불리기”


지난 8월 지급결제서비스 개시 후 대두됐던 ‘현금인출기(CD기) 수수료 차등화 이슈’가 또다시 불거졌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회사들은 지난 6일 금융결제원이 개최한 ‘현금인출기 공동망 취급대행비용 정산체계 변경 관련 회의’에 불참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이번 회의에서 ‘현금인출, 계좌이체 등 서비스 이용 시 해당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인출기 대수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화하는 방식’이 논의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간파했다.

‘회의 보이콧’을 선언함과 동시에 금융투자회사들은 금융결제원(전자금융부)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 9일 “금융결제원의 의사결정이 특정 금융권역(은행권)에 의해 이루어지고 4000억 원이 넘는 참가금을 납부한 금융투자회사들이 의사결정에 사실상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논의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에 금융결제원이 개최한 회의를 은행권의 의도에 따라 열린 일종의 요식행위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은 금융투자회사들이 참석하더라도 자신들 뜻대로 수수료 차등화를 밀어붙인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궁할 경우 당당히 회의를 거쳤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투자회사들은 회의에 불참하기에 이른 것이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지급결제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급결제망 참가비를 4000억 원이나 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증권회사의 지급결제망 특별참가비가 과다하게 산정·부과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참가비 과다부과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할 경우 금융투자회사들로서는 은행권 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은행들은 현금인출기 및 자동화기기 보유 대수가 적은 금융투자회사들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은행권은 “현금인출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투자회사들은 현금인출기를 훨씬 많이 보유한 은행보다 현금인출기 관리비용을 덜 지불하는 상태에서 지급결제서비스를 통한 이익을 향유한다”고 주장한다.

은행권은 “그러므로 금융투자회사 CMA카드를 이용하는 이들은 은행 현금인출기를 사용할 때는 수수료를 더 물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은행 현금인출기는 4만8000여대에 이르는 반면 증권사 자동화기기는 500여대에 불과하다.

현금인출기 공동이용업무시행세칙에 의하면 다른 금융기관 자동화기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450원으로 통일돼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 9일 “은행권이 추진 중인 현금인출기 수수료 차등화 논의는 결국 비은행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보다 다각적인 관점에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는 CMA를 통해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 등 지급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수수료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수수료 부담 때문에 고객들이 CMA가입을 꺼리는 것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CMA가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원재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증권사가 은행의 광범위한 지점 네트워크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점이 CMA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4위 은행인 하나은행의 지점은 608개로 이는 국내 대형 5개 증권사 지점 수 합계인 599개보다 많은 것이다.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 등 지급결제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인출기나 지점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얼마나 많이 설치돼있느냐’이다.

이 점에서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는 은행에 비해 확실히 열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의 계획대로 현금인출기 수수료가 높아진다면 CMA를 개설하려는 고객 수는 더 많이 줄어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