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창용 지명자, '개싸움' 대신 문재인·윤석열 '푸들논란'만
[기자수첩] 이창용 지명자, '개싸움' 대신 문재인·윤석열 '푸들논란'만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3.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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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개싸움을 해야할 땐 개싸움을 해야 한다"는 자신의 정치신념을 종종 피력해 눈길을 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강력하게 몰아붙일 때 궂은 일을 마다않는 태도와 명징한 메시지 전달 언어는 정치인 뿐만 아니라 공직자 전반이 가져야 될 태도가 아닌가 싶다.

다만 24일 오전, 금융 안정과 물가 양 측면을 균형있게 두루 챙기겠다는 제일성을 내놓으면서, 이 오해마저도 불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홍 의원식으로 표현하자면, 미국 등 선진제국이 금융과 경제 정상화를 놓고 몸부림치는 와중에, 혹은 주변부 국가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려 들 때에 그야말로 개싸움을 벌일 지략과 용기를 모두 갖춘 배짱있는 차기 중앙은행 총재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새삼 푸들 논란이라는 달갑잖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감사원 인사 문제로 차기 권력(인수위원회)과 힘겨루기 중이다. 감사위원 두 개 자리 중 적어도 하나는 자기가 지명하겠다는 포석 하에 차기 한국은행 총재 문제를 '질러 버린'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연히 윤석열 진영에서는 달갑지 않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분노할 일이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이창용 카드'에 OK 사인을 보내놓고 정치적 목적에서 청와대 흔들기를 하려 한다는 분석, 즉 '딴 소리' 논란도 부각된다.

중요한 것은 이들 두 거물의 치열한 수 싸움 와중에, 우리나라 중앙은행 총재는 결국 정치 권력의 '무릎 위 푸들'에 불과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됐다는 대목이다. 그 여파는 비단 국내 투자자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개싸움에 세상 둘도 없이 용맹하고 총명한 투견을 굳이 골라다 놓고, 첫 출전 전부터 푸들 이름표를 붙여 버렸다.

감사위원 임명권 흥정의 소재로 전락한, 꼴이 우스운 중앙은행 총재를 무서워 할 해외 핫머니 투기 세력이 있을까? 

이 큰 죄를 대체 어찌할 것인가? 이대로 글로벌 뉴노멀의 쓰나미에 우리 경제가 굴복하는 계기로, 이번 잡음이 작용한다면 어쩔 것인가? 신구 권력자들 중 누구 잘못이든 석고대죄로 끝나지 않을 일이다. 개싸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이들에게 우리나라를 맡겼었고, 맡기려는 것 아닌지, YS의 망국적 경제 운영 성적표가 연상되는 불길한 기시감이 든다.

사실 주된 잘못이 누구에게 있느냐만 문제가 아니다. 같이 일을 키운 조연도 주연 못지 않은 역적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YS 같은 문재인, 나라 부도낸 윤석열 식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이번 이상한 논쟁의 진상을 밝히고 합심해 봉합해야 할 것이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