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총주간] 한진 조원태, 경영체제 공고히…KCGI에 '완승'
[슈퍼주총주간] 한진 조원태, 경영체제 공고히…KCGI에 '완승'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3.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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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주주제안 모두 부결…투자금 회수 가능성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년 만에 벌인 사모펀드 KCGI와 한진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완승했다. 이로써 한진그룹의 조 회장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한진그룹은 23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그룹 지주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에선 KCGI가 제안한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KCGI는 이번 주총에서 △서윤석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사외이사 선임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 △이사 자격 기준 강화 등을 제안했다.

서 교수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찬성 25.02%, 반대 55.63%로 부결됐다. 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 과반 수 찬성과 찬성 주식 수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 시 가결된다.

전자투표 도입 의안은 찬성 57.9%, 반대 41.15%로 부결됐다. 이사 자격 기준 강화 의안도 찬성 53.35%, 반대 46.65%로 집계돼 통과하지 못했다. 전자투표, 이사 자격 기준 강화 의안은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다.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특별결의 사항이다. 특별결의는 총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참석, 참석 주주의 3분의 2(66.6%)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전자투표 도입, 이사 자격 기준 강화 의안이 찬성표를 더 많이 얻었지만 부결된 이유다.

23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전경. [사진=한진그룹]
23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전경. [사진=한진그룹]

반면 류경표 한진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주인기·주순식 사외이사 재선임, 최방길·한재준 감사위원 선임 등 사측이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벌어진 KCGI와 벌인 주총 표 대결에 이어 이번 주총에서도 승리하게 됐다. 

지분율 10% 이상을 보유해 주총 표 대결 캐스팅보트로 꼽힌 산업은행이 조 회장 측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 등 특수 관계인 지분율은 20.93%를 보유했다. 이외 델타항공이 13.21%, 산업은행이 10.58% 지분을 가졌다.

KCGI 측 지분율은 그레이스홀딩스 등 17.41%, 대호개발 등 17.02%를 합해 34.43%다.

이날 주총 이후 KCGI는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진칼 주가는 KCGI의 지분 매입 당시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KCGI가 한진칼 지분 취득을 위해 설립했던 특수목적법인(SPC) 펀드 만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오미크론 여파 등으로 항공업황 개선이 늦어지고 앞으로 주가가 급등할 여지가 줄어 지분을 청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KCGI의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 투자금 회수를 앞두고 ‘주요 주주 역할’을 강조하며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조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한진칼은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그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2년 경영방침을 ‘그룹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지원과 유동성 확보’로 정했다”며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성공적으로 재편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가 물리적 결합을 넘어 하나된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