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뱅 윤호영, KB 어윤대 '살신성인 감봉' 배워야
[기자수첩] 카뱅 윤호영, KB 어윤대 '살신성인 감봉' 배워야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3.22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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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깎고 후배는 챙기고.’

경영학계의 걸출한 인물로 어윤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일반인이나 은행계 종사자 중에는 KB금융그룹 부흥의 초석을 놓은 명지휘관, ‘4대 천왕’으로 군림하면서 타 금융기관 대비 밀리지 않게 KB의 낯을 세워준 거물로 그를 추억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2008년 리먼 사태로 한국은 물론 국제 금융 전반이 위태로울 때 KB금융에서는 어 회장이 나서서 연봉 대폭 삭감의 칼자루를 뽑았다.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할 일이었지만 국가의 안위가 달린 상황에서 금융권 종사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그의 결단에 적잖은 내부 공감대도 형성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그는 심지어 나중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임원 연봉 ‘원위치’ 처리를 저지르고 나가 한 번 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슬금슬금 다시 오르는 금융권 연봉이라느니, 입에만 발린 고통 분담 시늉이었다느니 일각에선 비판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리먼이 유발한 쓰나미도 극복의 기미가 보인 뒤였고, 나가면서 다음 사람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그야말로 사심 없는 처리여서 비판론도 금방 잠잠해졌다.

최근 일명 카카오그룹이 잡음을 많이 빚었다. 잘 나갈 때 좀 자숙해 주면 좋으련만 그런 와중에 계열사마다 사고를 친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 가중된 감이 있다. 이번에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곳은 카카오뱅크다.

21일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니,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큰 연봉 규모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만하다. 그는 지난해 은행장 중 연봉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윤 대표가 지난해 98억2500만원을 수령했던 것으로 이번에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시중은행 은행장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전 KB국민은행장)조차 15억6400만원을 받았다며 놀라는 분위기다.

물론 카카오뱅크 측도 할 말은 있다. 윤 대표의 스톡옵션이 차액보상형으로 주가에 영향이 없는 보수라는 점을 세간에선 간과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윤 대표는 스톡옵션을 장내에서 팔지 않았으며, 행사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행사한 것”이라며 “윤 대표의 작년 연봉은 단지 2021년도만의 성과 보상이 아닌 2016년 회사가 만들어진 후 5년간의 총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뱅크가 마주한 사정은 녹록지 않다. 카카오뱅크 실적을 받아보고, 많은 증권사에서 실망과 우려를 제기한 게 불과 지난달 일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금리상승에 따른 가치평가(밸류에이션) 하락과 가계대출시장 성장성 둔화 등을 반영해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6만4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낮췄었고,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뱅크가 작년 12월부터 매우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 것은 플랫폼 사업 규제 우려 속에 시장 관심의 이동(성장주→가치주),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대량 물량 출회 부담, 카카오 계열사의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 논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어느 증권사 소속 연구원들은 “주가 흐름의 관건은 물량 부담 축소 여부, 새로 내놓을 주택담보대출과 소호 상품성과, 플랫폼 트래픽 증대, 비용 안정화 여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바로 지금,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이 좋은 반응을 얻고는 있다.

하지만 이런 고무적인 뉴스와 고위층의 거액 연봉이 함께 전해지면 카카오뱅크의 소비자인 갑남을녀들로서는 감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어윤대 스타일’로 윤 대표가 “나는 이런저런 카카오 계열에 쏟아지는 비판에 겸허히 고개 숙이는 차원서 월급을 줄이겠지만, 다음 CEO는 제대로 급여를 줬으면 한다”고 일갈했다면 어땠을까. 혹은 “임원들은 됐고, 유례없는 카카오뱅크 스타일 주택담보대출에 매달리고 있는 우리 평직원들에겐 돈을 좀 더 주고 싶다”고 선언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