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 현장 '인재(人災)' 인제 그만
[기자수첩] 건설 현장 '인재(人災)' 인제 그만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3.15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주를 불과 10개월여 앞둔 아파트가 인재(人災)로 무너졌다. 설계도서 임의 변경과 기준에도 못 미치는 강도의 콘크리트 사용, 감리 부실 등 현장 내 총체적 부실이 모두 드러났다. 결국 이 부실로 인해 무고한 근로자 6명이 공사 현장에서 숨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축구조와 시공 등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장을 자세히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역시 원인은 '현장 부실'에 있었다. 붕괴가 발생한 동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을 애초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 변경한 점이 드러났고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중 대부분이 설계 기준 강도의 8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자 역할도 부족했다. 해당 현장 감리자는 건축법에 따른 감리자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발주기관이 받은 '건축 분야 공종별 검측 업무 기준'과 다르게 작성한 검측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 안전성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또 사람이 불러온 사고였다. 사고 현장에서는 설계대로 시공이 이뤄지지 않았고 제대로 된 콘크리트가 사용되지도 않았다. 시공만큼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감리 업무도 허술했다. 운 좋게 사고가 없었다고 가정하고 준공 후 입주가 이뤄졌다면 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물론 건설 현장 내 팽배한 위법 사항과 재하도급 문제, 노동자 안전의식 미비 등 다양한 사고 원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번 사고 원인은 명백한 인재라는 점에 안타까움이 더 크다.

특히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작년에도 광주광역시에서 철거 붕괴사고를 일으켰고 이번에도 광주에서 사망 사고를 냈다. 작년에 내놓은 재발 방지 대책은 공염불이 됐다.

우리는 지금껏 건설 현장에서 수많은 근로자를 잃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매번 이뤄졌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됐으나 현재까지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인한 건설 현장 사망 사고는 지속하고 있다.

천재지변은 막을 수 없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할 수 없다. 하지만 인재는 사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인 만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더 이상 건설 현장에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과 시공사의 의지, 근로자 준법 의식이 모두 필요하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