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사회의 자존심
[기자수첩] 마사회의 자존심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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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취준생과 직장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탄탄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 공기업 특유의 안정적인 조직문화 때문이다. 대표 공기업으로 꼽히는 ‘한국전력’과 함께 이른바 ‘신(神)의 직장’으로 불렸다. 

마사회에 대한 시선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전과 사뭇 다른 ‘애처로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마 경기는 장기간 열리지 못했고, 그나마 일부 경기를 연다 한들 관중은 올 수 없다보니 경영사정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윤재갑 의원실에 따르면, 코로나19 2년 여간(2020~2021) 마사회의 매출손실액은 약 13조원으로 추정된다. 매년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첫 해에는 4600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도 이와 비슷한 수치의 적자가 예상된다. 마사회의 대량 적자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는 물론 농축산업과 말(馬)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된 수많은 종사자들이 국회와 청와대, 아스팔트 거리에서 삭발투쟁까지 하며 ‘생존권 사수’를 외쳤다. 마사회도 경영악화로 지난해 직원 채용은 한 명도 하지 못했다. 

마사회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우남 전 회장의 부정채용 지시와 욕설 파문으로 오랫동안 내홍을 겪었다. 김 전 회장은 불명예 퇴진했고, 마사회는 7개월간 ‘수장’ 없는 시간을 보냈다. 공기업 경영평가에선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마사회에겐 자존심이 땅바닥에 떨어진 고난의 2년이었다.

하지만 해는 다시 떠오르고 위기 후에 기회가 오듯 마사회도 재도약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다. 자체적으로 경영개선 TF를 꾸려 위기 진단과 개선에 나서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며 지금의 경영 흐름을 쫓으려는 노력을 했다. 

지난달엔 정기환 전 마사회 상임감사가 신임 회장으로 임명돼 곧 임기 한 달을 맞는다. 정 회장은 “국민 신뢰 회복의 첫 단추는 통렬한 반성”이라며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혁신하는 ‘뉴(New) 마사회’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마사회 최대 숙원인 ‘온라인 마권 발매’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공언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어떤 위기에서도 말·경마 산업 전반에 흔들림 없는 기반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국경마 100주년’이다. 이에 맞춰 현장 경마 재개를 전제로 시행계획도 확정했다. 곧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온라인 마권 등 마사회의 여러 현안에 대한 분위기 반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 마사회가 이제는 고난이 아닌 기회의 시간을 맞아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올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