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는 생물
[기자수첩] 정치는 생물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3.04 0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야권 단일화 극적 타결은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치권의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두 사람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선언, 서로를 향해 날 세웠던 진실공방도 뒤로 한 채 서로를 포옹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대선 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합당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단일화로 대선 정국에는 파문이 일었다. 다당제 실현에 한 목소리를 냈던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안타깝고 또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 이제 양당 사이에 심상정 하나 남았다"고 토로했다. 안 후보를 향해 '통합정치'를 거듭 강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접어든 까닭에 단일화가 유의미한 효과로 작용할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같은 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언급한 것처럼 각 진영마다 "각자의 주장만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들의 단일화 선언은 국민적 대의를 위해서라기보단 일종의 방법론적 접근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앞서 안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를 주장해 왔다. 단일화가 이뤄지는 현 시점까지 국민의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안 후보 사이 골 깊은 갈등도 있다. 이 대표는 이번 단일화 선언을 놓고 "조건 없는 우리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과 합당을 결심한 용기에 감사하다"면서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 이후 혼선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안 후보도 단일화 선언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과도하다 지적받은 이 대표의 지난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나는 별로 관심 없는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은연 중에 불편한 내색을 했다.

'정권교체'라는 명분은 어딘가 공허하다. 안 후보도 단일화 결렬 이후 '무조건 정권교체가 아닌 더 나은 정권교체'를 주장하지 않았나. 또 안 후보는 재외국민 유권자들의 표를 무효표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재외국민 투표는 지난달 23~28일 진행돼 이미 완료됐다. 이들의 한 표는 단일화로 '없어졌다.'

염두 해야 할 것은 유권자의 표심은 정치공학으로부터 한 발 비껴있다는 것, 때론 이게 변수가 된다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