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호텔 생존법⑤<끝>] 실리 택한 GS파르나스호텔, 재도약 '부채질'
[토종호텔 생존법⑤<끝>] 실리 택한 GS파르나스호텔, 재도약 '부채질'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3.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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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터줏대감…코로나19 버텼지만 악재 여전
마케팅통 '여인창' 외부 수혈, 외형·수익성 확대 집중
지난 2020년 말 리뉴얼 오픈한 파르나스호텔의 간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여인창 대표. [사진=파르나스호텔, 편집=고아라 기자]
지난 2020년 말 리뉴얼 오픈한 파르나스호텔의 간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여인창 대표. [사진=파르나스호텔, 편집=고아라 기자]

GS리테일의 호텔사업을 전담하는 파르나스호텔은 선제적인 비대면 마케팅과 충성고객 확보에 집중해 코로나19 여파를 견딘 가운데, 새 수장을 중심으로 재도약에 집중할 전망이다.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파르나스호텔은 최근 새 수장으로 ‘마케팅통’ 여인창(54·사진) 대표를 외부 수혈하면서 변화를 맞았다. 여 대표는 모기업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고 포스트 코로나에 맞춰 수익성을 확대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게 됐다.

◇1년 새 매출 반 토막, '아픈 손가락' 전락

파르나스호텔은 1985년 한국무역협회와 GS그룹(당시 LG그룹) 등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호텔 기업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 인터컨티넨탈(IHG)과 계약을 맺고 1988년 서울 삼성동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운영을 시작했고, 1999년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오픈하며 두 곳의 특급호텔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2012년에는 독자적인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나인트리’를 론칭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파르나스호텔은 당초 GS건설 소유였으나 2015년 유통 계열사 GS리테일로 주인이 바뀌었다. 오너가인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호텔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7600억여원을 투자해 지분 67.56%를 매입했다. 

당시 유통과 호텔업의 결합으로 시너지가 이전보다 더욱 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 코로나19 이전까지 파르나스호텔은 외형과 내실 모두 꾸준한 성과를 거뒀다. 

GS리테일로 주인이 바뀐 2016년 연결기준 매출은 2091억원이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056억원으로 3년간 46.1%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19억원에서 643억원으로 4.4배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엔 주력인 인터컨티넨탈 2곳과 비즈니스급 나인트리 호텔 3곳이 국내외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와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 관광객, 호캉스(호텔과 바캉스) 수요를 껴안으며 최대 실적을 얻을 수 있었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허 부회장의 진두지휘로 파르나스 호텔은 GS리테일 품에 안겼다. [사진=GS그룹]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허 부회장의 진두지휘로 파르나스 호텔은 GS리테일 품에 안겼다. [사진=GS그룹]

파르나스호텔은 관광시장 확대에 대비해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 리뉴얼과 나인트리 2곳(동대문·판교) 오픈을 추진한 가운데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맞게 됐다. 

파르나스호텔 역시 경쟁사들 못지않게 타격이 컸다. 코로나19 첫 해 매출은 166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반 토막 났고, 174억원의 손실을 냈다. 1년 새 GS리테일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일각에선 GS리테일이 주력인 편의점 사업 성장에도 불구하고 호텔사업이 발목을 잡았다는 목소리와 함께 허 부회장의 경영 판단 미스라는 우려도 새 나왔다.
 
이에 대해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모든 객실을 전면 리노베이션하면서 영업을 중단했기 때문에 당연히 매출이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홈쇼핑 진출 비아냥 속 실적 회복세

파르나스호텔은 코로나19로 대세가 된 비대면 소비에 적극 대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홈쇼핑 진출이다. 모그룹 계열인 GS홈쇼핑과 연계해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의 객실 판매 방송에 나섰다. 서울시내 5성급 호텔 중에는 처음이다. 일각에선 ‘눈물의 방팔이’, ‘자존심 접은 특급호텔’ 등 비아냥의 목소리가 나왔다. 

파르나스호텔은 자존심보단 실리를 택했고, 재판매를 거듭하면서 결과적으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얻게 됐다. 이후 여타 대형 호텔들도 잇달아 홈쇼핑에 진출하면서 업황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외에 온라인 ‘돌잔치’ 페어를 열고, 온택트(Ontact) 웨딩 쇼케이스를 추진하며 급변하는 트렌드에 재빠르게 적응했다.  

코로나19로 해외 비즈니스 수요와 관광객은 급감했지만 MZ세대 중심의 호캉스 트렌드는 더욱 확산됐다. 파르나스호텔은 MZ세대 취향을 읽고 구독경제(일정액을 내면 원하는 상품·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받는 방식) 호캉스 패키지 ‘월간 인터컨티넨탈’을 선보였다. 그랜드키친 등 주요 F&B(식음시설)의 인기메뉴를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드라이브 스루(DT)로 상품화하고, 이(e)커머스와 연계한 라이브 방송 패키지를 판매한 것도 비대면 투자의 일환이다.

홈쇼핑 GS샵과 인터컨티넨탈 호텔 간의 협업 판매 이미지. [사진=파르나스호텔]
홈쇼핑 GS샵과 인터컨티넨탈 호텔 간의 협업 판매 이미지. [사진=파르나스호텔]

파르나스호텔은 주력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가 11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2020년 말부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호캉스 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는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서울 강남권 비즈니스 행사 요충지로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리뉴얼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콘셉트에 변화를 주고 소비층을 세분화해 객실 구성을 다양화했다. F&B 프로모션도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에 객실 투숙율(OCC)은 리뉴얼 완료 초기인 2020년 12월 23.3%에서 지난해 12월 48.0%로 24.7%포인트(p) 높아졌다.   

호텔 재개관에 맞춰 멤버십 ‘아이초이스’를 리뉴얼 출시한 것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등급별 객실과 F&B 혜택을 늘리고 구성을 다양화하면서 멤버십 가입자는 2021년 말 기준 전년보다 약 55%,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30%가량 증가했다. 최근 1년간 20대 가입 고객은 전년보다 6배, 30대는 2.3배 늘어날 정도로 MZ세대 가입 비중은 눈에 띄었다. 고가형 비중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나인트리는 동대문(2020년 1월), 판교(2021년 7월)를 잇달아 오픈하며 총 5개로 규모를 키웠다. 나인트리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MZ세대와 비즈니스 고객에게 반응이 좋다. 이는 2020년 말 48.5%에서 지난해 58.2%로 9.7%p 높아진 OCC에서 알 수 있다.

파르나스호텔은 지난해 흑자 전환(잠정치 25억여원)에 성공했다. 매출도 전년보다 30.1% 늘어난 2160억여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목마른 성장…여 대표 경영능력 시험무대

상황은 이렇지만 GS그룹은 여전히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여인창 대표를 외부 수혈했다. 

여 대표는 씨티은행에서 글로벌 마케팅과 자산관리 VIP 마케팅 총괄 임원, 삼성카드 프리미엄 마케팅 총괄 상무 등을 거쳐 위워크 코리아 성장부문 대표, 샵백코리아 한국 대표를 역임한 마케팅 전문가다. GS그룹은 여 대표의 다양한 소통·마케팅 경험, 조직 안정화 역량을 높이 평가해 호텔사업을 맡겼다.      

호텔 멤버십 '아이초이스' [사진=파르나스호텔]
호텔 멤버십 '아이초이스' [사진=파르나스호텔]
파르나스호텔의 독자 브랜드 '나인트리 인사동' [사진=박성은 기자]
파르나스호텔의 독자 브랜드 '나인트리 인사동' [사진=박성은 기자]

여 대표에겐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경영전략 수립과 모기업의 경영부담을 줄여 존재감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특히 모기업인 GS리테일은 지난해 홈쇼핑과 통합하며 매출 10조원에 가깝게 덩치를 키웠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5% 줄어든 2083억원에 그쳤다. 호텔사업은 모기업 매출의 약 2.2%, 영업이익은 1.2% 안팎 수준이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확장이 시급하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인터컨티넨탈의 경우 럭셔리·프리미엄 ‘경험’에 초점을 맞춰 하이엔드 상품과 MZ세대 타깃의 스몰 럭셔리 상품을 활성화하고, 나인트리는 지점별 특색과 타깃층을 고려한 패키지 상품을 특화할 방침”이라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해외시장의 선제적인 공략으로 해외고객 비중도 점진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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