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커가 필요해"
[기자수첩] "조커가 필요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2.2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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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게임 중 조커게임(도둑잡기)이라는 것이 있다.

카드에 있는 조커 2장 중 1장을 빼고 남은 카드 53장을 나눈 뒤 숫자와 영문이 같은 카드 2장씩 짝을 지어 버려 마지막에 조커가 그려진 카드를 갖고 있는 자가 도둑이 돼 패하는 게임이다.

분배받은 자신의 카드에 하트 2, 다이아몬드 2를 가지고 있다면 둘 다 바닥에 내려놓은 식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자신은 숫자와 영문이 모두 다른 카드를 갖게 되는데, 이후부터는 차례로 다른 사람의 카드를 하나씩 뽑아 조커카드 찾기에 나선다.

상대의 몇 장 안 남은 카드에서 조커카드를 뽑지 않기 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는 게 게임의 묘미다. 통상 5명이 참여했다면 일찌감치 3명은 자신의 카드를 모두 소진해 손을 턴다.

나머지 2명 중 1명이 조커카드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 게임이 무르익을 무렵엔 결국 둘의 싸움이 된다. 일종의 일대일 담판이다.

두 사람은 순서대로 상대의 카드를 뽑으며 조커카드가 걸리지 않길 기원한다. 상대의 눈동자 흔들림, 얼굴 경련, 혀의 날름거림 등 움직임을 살피며 머리를 쥐어 짜낸다.

기자도 이 게임의 담판에 참여한 적이 있다. 쥐고 있는 카드는 2장, 상대에게도 2장의 카드가 있다. 이중 조커카드가 있다. 누가 과연 이 조커카드를 갖게 돼 게임에 패할 것인가.

“아무거나 뽑아”라고 담담하게 말한 게 독이 된 것일까. 상대가 2장 중 1장을 뽑자 즉각 승패가 갈렸다. 기자의 1장 남은 카드에는 조커가 웃고 있었다.

이 게임에서는 조커카드를 도둑 패로 취급하나 트럼프 같은 다른 카드 게임에서는 가장 센 패로 사용된다. 다른 패 대신 쓸 수 있는 만능 카드로도 통한다.

불현듯 이 게임이 생각난 건 위기에 닥친 국내외 정세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두고 생긴 미·중 간 갈등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소강상태다. 1월에만 7번 미사일을 쏘며 국제사회에 무력을 과시했던 북한도 잠잠하다.

그 사이 러시아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며 이 지역에 러시아군을 배치했다. 우크라를 야금야금 갉아먹겠다는 심산인듯하다. 

뺏기느냐, 지키느냐. 땅따먹기 전쟁에 세계는 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 와중에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우크라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거늘, 그저 좌우로 갈라져 권력을 키우는 것에 급급한 모습을 보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카드에서처럼 적재적소에서 히어로 또는 빌런으로 변신에 일을 마무리하는 자, 지금은 조커가 필요한 때지 싶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