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와 토요타의 차이점
[기자수첩] 현대차와 토요타의 차이점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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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수준이 높은 일본에서 성공하지 않고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어렵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회장을 지내던 지난 2002년 2월 일본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당시 정 회장은 직접 일본 판매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그만큼 일본 시장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판매량은 저조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1년 일본 시장 진출 이후 2009년 11월 철수 때까지 누적 판매량 1만5047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는 자존심이 상했다. 현대차 경영진은 일본 진출 이후 품질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차의 품질 경영이 통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토요타의 한국 시장 진출로 속이 더욱 쓰렸다. 토요타는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지난 2001년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로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기 직전인 2009년 10월에는 토요타라는 브랜드 본명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토요타, 렉서스는 모두 한국 시장에 안착했다.

토요타는 한국 시장 진출이 조심스러웠다. 한국 내 반일 감정 때문이었다. 토요타는 지난 1998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철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토요타는 렉서스를 먼저 들여왔다. 렉서스는 토요타 보다 일본색이 옅게 느껴진다 여겼다. 고가 차종,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성향을 간파한 전략이기도 했다.

토요타 진출 당시 주력 판매 모델 ‘캠리’ 가격은 3490만원이었다. 당시 한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 차종 혼다 ‘어코드’(3590만원), 닛산 ‘알티마’(3690만원) 보다 저렴했다. 토요타는 한국 시장 진출 당시부터 AS, 사회공헌을 강조하며 한국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토요타는 오히려 너무 빠른 판매 성장세가 반일 감정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해 진출 초기부터 판매량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는 전략을 폈다.

현대차는 달랐다. 일본 시장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특히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 현대차는 일본 진출 당시 도쿄, 오사카 등 6개 주요 도시에 판매망 구축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02년 말 일본 내 현대차 대리점은 60개 수준이었다. 2005년까지 일본 전국 대리점을 100개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토요타가 지난 2002년 12개 전시장 구축 목표를 세운 점도 비교되는 공격적 확장 계획이었다. 가격도 무조건 저렴하게 팔지 않았다. 소량이어도 정상 가격으로 승부하겠단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의 과거 일본 시장 실패는 경차 선호 등 일본 시장 특유 문화를 꼽기도 한다. 하지만 의욕 앞선 공격적 행보가 무리수는 아니었을까.

현대차는 지난 8일 다시 한 번 일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번엔 조심스런 분위기다.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길 바란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