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반성장' 철 지난 유행어가 아니다
[기자수첩] '동반성장' 철 지난 유행어가 아니다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2.0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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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지난 1월 열린 동반성장포럼에서 연사로 나와 “동반성장은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동반성장이 정치·경제계에서 철 지난 유행어 취급을 받아 어디서도 언급하지 않는다며 몹시 아쉬워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자’는 사회 철학이다. 승자 독식의 경쟁이 아니라 협력적 경쟁을 지향한다”며 “현재 한국경제는 대주주의 이익극대화에 집중돼 있지만 동반성장은 주주·근로자·납품업체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제안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우선정책을 중소·중견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정책으로 바꿔보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대기업은 물론 정부의 협조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중견 하청업체들은 대기업의 눈치를 살피느라 동반성장에 관심을 둘 엄두도 못 냈다.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해 경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이사장은 공직을 떠난 후 2012년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해 동반성장을 정책이나 경영방식을 넘어선 사회 철학으로 인식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극심한 양극화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와 교육 분야에서 동반성장이 반영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 이사장은 “양극화의 근원적 원인은 사회질서 붕괴”라며 “부정과 부패 구조를 일소해야 하고 교육은 산업화 맞춤형 인재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으로 전환해 간접경험을 확대하고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는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방안으로는 대기업과 임금격차 해소, 혁신역량 강화, 공정거래 정착, 자유로운 시장경쟁 환경 조성을 꼽았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국가의 부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기득권자가 아닌 대다수 국민에게 경제적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며 경제학을 정립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라는 처방을 통해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을 해결했다. 스미스와 케인스의 시대정신은 당시에 많은 비판도 받았지만 결국 전 세계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동반성장도 기업과 국가의 성장을 돕기 위한 시대정신이다. 현재 84회까지 진행된 동반성장포럼은 이 시대정신을 견고하게 세워나가고 있다. 동반성장이 철 지난 유행어보다는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더 어울려야 한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