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호텔 생존법④] '원투펀치' 정용진·한채양, 조선호텔 안정화 '급선무'
[토종호텔 생존법④] '원투펀치' 정용진·한채양, 조선호텔 안정화 '급선무'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2.17 05: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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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불구 신세계 신사업 낙점, 독자호텔 공격 론칭
취임 4년차 '내실성장 기반' 과제…해외시장 중장기 노크
조선호텔의 최상급 독자 브랜드 '조선 팰리스' 문양과 한채양 대표.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편집=고아라 기자]
조선호텔의 최상급 독자 브랜드 '조선 팰리스' 문양과 한채양 대표.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편집=고아라 기자]

신세계 계열의 조선호텔앤리조트(대표 한채양, 이하 조선호텔)는 한 때 만성적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치부됐지만 모기업이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해 호텔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으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조선호텔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도 독자 브랜드를 포함한 신규 호텔을 5곳이나 오픈하며 몸집을 크게 키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전면에서 ‘홍보맨’을 자처하며 호텔을 띄우고, 한채양 대표(57·사진)의 경영수완이 발휘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점은 고무적이다. 

2019년 10월 이후 취임 4년차를 맞는 한 대표에겐 올해가 무척 중요하다. 확장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고객’ 집중을 강조한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에 맞춰 호텔사업의 안착이란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한 대표의 경영성과가 그룹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면 조선호텔은 롯데·신라처럼 독자적인 해외 진출이라는 한 단계 더 높은 목표치를 세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된다.  

◇코로나19 위기 속 호텔 5곳 출점

조선호텔은 1914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연 ‘조선호텔’을 모태로 1967년 신세계조선호텔이 설립된 이래 신세계그룹의 호텔업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2년여 간의 기간은 조선호텔로선 재도약을 위한 ‘기회’의 시간이었다. 

조선호텔은 한 대표가 취임한 이듬해인 2020년 12월에는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과감하게 신세계를 떼고 ‘조선(Josun)’을 강조한 것은 100년 이상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응대) 노하우와 전통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조선호텔도 경쟁사처럼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28.7% 줄어든 1490억원, 손실은 같은 기간 124억원에서 706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그럼에도 이 기간엔 모기업으로부터 37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사격 받으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냈다. 코로나 이전까지 ‘웨스틴 조선 서울·부산’과 독자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 등 비교적 단출한 포트폴리오를 가졌던 조선호텔은 지난 2년여 간 5개의 중·대형 호텔을 새롭게 오픈하면서 총 9개의 사업장을 보유하게 됐다. 경쟁 관계인 롯데·신라와도 어느 정도 맞붙을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것이다. 

신규 사업장은 △5성급 그랜드 조선 부산(2020년 10월 오픈)과 제주(2021년 1월) △4성급 비즈니스호텔 포포인트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2020년 10월) △4성급 라이프스타일 호텔 그래비티 판교 서울(2020년 12월) △5성급 럭셔리 호텔 조선팰리스(2021년 5월)다.   

라이프스타일 호텔 콘셉트의 그래비티 판교. 조선호텔의 독자 브랜드 사업장이다. [사진=박성은 기자]
라이프스타일 호텔 콘셉트의 그래비티 판교. 조선호텔의 독자 브랜드 사업장이다. [사진=박성은 기자]

무엇보다 ‘그랜드 조선’과 ‘그래비티’, ‘조선팰리스’ 등 독자 브랜드 호텔을 연이어 선보인 점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인 호텔사업에 힘을 제대로 실어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인 호텔롯데의 경우 이미 해외 13개 호텔에 토종 깃발을 꽂았고, 호텔신라도 독자 브랜드 ‘신라모노그램’을 앞세워 베트남에 진출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사업장들의 안정적인 경영이 목표지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해외사업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진 호텔'로 인지도↑…후계수업 관측도

조선호텔은 코로나를 기회 삼아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특히 78만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싸(인사이더 약자,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정용진 부회장이 홍보맨을 자처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을 받았다.

실제 정 부회장은 그래비티 판교·조선팰리스 등 신규 사업장 개관 전후로 공사 과정은 물론 F&B(식음시설)와 같은 부대시설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활발히 올리며 조선호텔을 홍보했다. 신규 사업장을 오픈할 때마다 호캉스족과 언론으로부터 ‘정용진 호텔’로 불리며 관심은 집중됐고 덩달아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조선팰리스 등 신규 호텔 사업장을 활발히 홍보했다. [출처=정용진 부회장 SNS 캡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조선팰리스 등 신규 호텔 사업장을 활발히 홍보했다. [출처=정용진 부회장 SNS 캡쳐]

다만 외형을 급격하게 확장하면서 탈도 났다. 특히 고객 서비스에서 아쉬운 점을 드러냈다. 

일례로 그랜드 조선 부산은 당초 2020년 8월 오픈을 확정 짓고 한 달 전에 사전예약에 돌입했지만 폭우에 따른 침수 피해로 결국 개관 시기를 10월로 미뤘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프로모션 예약은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침수 피해 일주일이 넘도록 객실 예약 소비자들에게 수습·보상안을 신속히 알리지 못해 질타를 받았다. 

또 그랜드 조선 제주는 개관 두 달도 안 돼 ‘호텔 사우나 알몸 노출’이 불거지며 홍역을 앓았다. 투숙객이 호텔 스위트룸 전용 사우나를 이용했는데 바깥에서 사우나 내부가 보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호텔 측에 항의를 했지만 조치가 미흡했다는 게 골자다. 

두 곳 모두 독자 브랜드 호텔이다. 일각에선 조선호텔의 고객 대응을 두고 독자적으로 호텔사업을 잘 꾸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 요구에 광적으로 집중하자”,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야 한다”며 고객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호텔 경쟁력은 고객 서비스 질이 관건이다. 조선호텔은 지난 악재를 거울삼아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 공략과 함께 비대면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마케팅을 꾸준히 강화했다. 

각 사업장 상황에 맞춰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하고 마켓컬리 등 이(e)커머스와 연계한 호텔 도시락 딜리버리(배달)를 론칭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중식당 호경전의 대표 메뉴인 ‘유니짜장’과 ‘삼선짬뽕’을 밀키트(Meal-kit, 식사키트)로 개발해 출시 100여일 만에 1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히트를 쳤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호텔 가정간편식(HMR)을 기획·출시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엔 집에서도 호텔의 프리미엄 꽃을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꽃 배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조선호텔은 또 그룹의 디지털 전환 기조에 맞춰 ‘스마트 호텔’로 탈바꿈 중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KT와 객실 서비스 현대화·디지털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조선 팰리스의 경우 IT(정보통신) 기기에 친숙한 MZ세대 눈높이에 맞춰 룸서비스·어메니티 요청 등 호텔 서비스를 객실 내 스마트 TV와 태블릿(Tablet) PC를 통한 컨시어지 기능으로 구현해 비대면 옵션을 강화했다. 배달 로봇도 주요 사업장에 배치했다.

이 외에 전국 사업장의 객실과 다이닝, 멤버십 기능이 통합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론칭과 함께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충성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ESG 분야는 이용객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조선 그린웨이’가 대표적이다. 침구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에코백을 증정하거나 숙박상품을 출시하며 친환경 호텔 이미지 구축에 노력했다. 

출시하자마자 큰 호응을 얻은 조선호텔 밀키트 '유니짜장'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출시하자마자 큰 호응을 얻은 조선호텔 밀키트 '유니짜장'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지난 2020년 10월 문을 연 그랜드 조선 부산의 그랜드 오프닝 모습.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지난 2020년 10월 문을 연 그랜드 조선 부산의 그랜드 오프닝 모습.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호텔은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개선된 실적을 얻었다. 코로나19 2년째인 2021년 매출(잠정치)은 전년보다 108.6% 늘어난 3107억원, 손실은 493억원으로 200억원 이상 적자 폭을 줄였다. 

한 대표에겐 9개 사업장의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어 2014년부터 이어진 만성적자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업계에서는 한 대표가 탄탄한 내실경영 기반을 만든다면 정 부회장 장남의 후계수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장남인 정해찬(24)씨는 미국의 아이비리그인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올해는 독자 브랜드의 영업 안정과 멤버십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내수고객 공략에 주력하겠다”며 “사업장 외에도 김치·밀키트 등 리테일 상품 강화와 판매채널 확장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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