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업계, 상수를 키워라
[기자수첩] 식품업계, 상수를 키워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2.1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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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들의 한 해 농사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2년차 실적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코로나19 발생 첫 해인 2020년엔 급작스러운 대형 악재 속에서 외식 대신 집밥 소비가 크게 늘면서 업계 전반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기업들이 많았다. 

가정간편식(HMR)을 주력으로 하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동원F&B와 농심, 오뚜기, 오리온 등은 위기 속 특수를 누렸다. 반면에 음료를 주력으로 하는 롯데칠성음료는 주춤했다. 주류업계 역시 업황이 좋지 못했다. 외식·유흥 등 B2B(기업 간 거래) 소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특성 때문이다. 기업들은 호실적도, 경영악화도 모두 코로나19를 주 이유로 댔다. 

코로나 2년차인 지난해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세 번이나 진행됐고, 정부 방역지침이 한동안 완화된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글로벌 물류대란과 원·부자재 가격 급등을 포함한 경영 리스크는 전방위적으로 지속됐다. 지난해엔 업계 전반에 가격인상 이슈가 꾸준히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또한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식품업계 실적은 전년보단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편이다. 다만 위기 속 체질 개선과 신사업 역량을 만든 기업들은 성장을 지속했다.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실적을 또 다시 경신했다. 바이오와 건강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한 승부수가 주효했다. CJ제일제당은 올 초 건강사업부를 분리한 ‘CJ웰케어’와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 주력의 ‘CJ바이오사이언스’ 등 자회사를 잇달아 설립하며 미래 먹거리 육성을 본격화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지금의 소비 트렌드에 맞는 ‘제로(0)’, ‘에코(친환경)’ 마케팅을 강화하며 반등을 꾀했다. 그 결과 매출은 전년보다 11.0%, 영업이익은 87% 급증하는 성과를 올렸다. 

‘제빵’ 이미지가 강했던 SPC삼립은 가정간편식·식물성 대체식품 등 적극적인 피보팅(Pivoting, 외부 환경에 따른 사업 아이템·방향 전환)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식품기업들이 더 이상 코로나19에 기대거나 혹은 변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 위기가 늘 잠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는 변수에 불과하다. 결국 상수인 경쟁력을 부지런히 키우며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다. 호랑이는 동물들의 적자생존 피라미드의 가장 맨 위에 있다. 내년 이맘때쯤 식품업계 피라미드에서 과연 누가 호랑이가 될 것인지 기대된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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