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호텔 생존법③]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 투자 '빌드업'
[토종호텔 생존법③]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 투자 '빌드업'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2.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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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영업손실 4배↑…'선택과 집중' 체질개선 박차
경영 첫 해 '전략통' 김형조, 오너 3남 김동선과 시너지 관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독자 브랜드 호텔 ‘벨메르 여수’와 김형조 대표.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편집=고아라 기자]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독자 브랜드 호텔 ‘벨메르 여수’와 김형조 대표.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편집=고아라 기자]

한화호텔앤드리조트(대표 김형조, 이하 한화H&R)는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2년여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에 집중해 왔다. 

한화H&R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독자 호텔 브랜드 론칭과 프리미엄 숙박단지 조성 추진, 유망 스타트업 전략적 투자 등에 나서는 한편 같은 그룹의 부동산 계열사를 흡수 합병하고 식자재·급식, 아쿠아리움 사업을 물적 분할했다. 또 비대면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에 맞춰 본업인 레저·서비스 경쟁력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 수장에 오른 김형조 대표는 체질개선 성과를 가시화하는 ‘빌드업(Build-up, 플레이를 만드는 방식)’을 만드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룹 오너 3남인 김동선 상무와의 시너지도 중요해졌다.

한화H&R는 1979년 설립 이래 모기업인 한화그룹의 레저 사업을 맡아오고 있다. 호텔·리조트 중심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응대) 사업과 지난해 5월 흡수 합병한 ‘한화에스테이트’를 앞세운 부동산 사업이 주력이다.  

코로나19 첫 해인 한화H&R의 2020년 매출은 전년보다 28.7% 줄어든 4622억5000만원에 그쳤고, 손실은 953억원으로 4배 가까이 불었다. 한화에스테이트와 합병한 이후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늘어난 3874억원이다. 적자 폭은 같은 기간 775억원에서 497억원으로 300억 가량 줄이며 수익성 개선 조짐을 보였다. 

◇年1500t 탄소 흡수 '100년의 숲'으로 ESG 강화

한화H&R는 대세가 된 비대면과 ESG 경쟁력을 높이고자 서비스 질 개선과 친환경 마케팅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다. 

비대면 분야에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화상 서비스 교육을 도입했다. 서비스 매뉴얼과 연계한 동영상 콘텐츠 개발과 함께 직무별 고객 응대 기술에 대해 개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언택트(Untact) 교육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또 비대면 시대 소비자 편의를 위해 호텔 레스토랑의 드라이브 스루 상품을 기획·출시하고, 아쿠아플라넷 내 푸드코트에는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디지털 경쟁력도 한층 강화했다. 특히 이용객 의견을 수렴하는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 VOC)’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의 요구를 자동 해석하고 담당자에게 즉시 전달·처리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한화H&R는 VOC를 바탕으로 개선점을 발굴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매월 정기적으로 비대면 ‘CS 경영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외 고객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리조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리뉴얼로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주최의 ‘스마트앱어워드 2020’을 수상했다. 

ESG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추진 중인 ‘100년의 숲’ 프로젝트.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ESG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추진 중인 ‘100년의 숲’ 프로젝트.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친환경 사업에선 ‘100년의 숲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경기 양평군 일대 230만평 규모의 임야를 활용한 이 프로젝트는 건강한 숲 조성을 위한 생태 연구와 식생 복원, 교육, 휴양 등을 위한 사업이다. 

강원도 속초의 산불피해 지역(약 20만평)의 땅을 대상으로 산림 복원계획도 수립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27년까지 연간 최대 1500(t)의 탄소를 흡수하는 게 목표다. 

플라자 호텔이 친환경 숙박문화 정착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객실 내 타월과 리넨을 재사용하는 ‘그린 캠페인’과 전등 끄기 ‘어스 아워(Earth Hour)’도 대표적인 환경보호 활동이다.  

◇독자 호텔 짓고 메타버스 스타트업 투자

한화H&R는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경쟁력 확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레저사업에선 내후년까지 약 4800억원이 투입되는 ‘프리미엄 숙박·콘텐츠 복합단지’가 대표적이다. 리조트가 운영 중인 설악·제주 등에 고급숙박시설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단지로서 특히 설악에선 사업장 주변 5만여평 대지에 ‘어퍼업스케일(특급호텔 상위 15% 중 최상위 럭셔리 다음 등급)’ 숙박시설과 콘텐츠 플랫폼을 선보인다. 

한화는 최근 성공적인 복합단지 개발을 위해 서종글로벌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서종글로벌은 호텔 설계·시공·오픈까지 기술지원·시설관리 등 전 과정에 특화된 노하우가 있는 업체다. 서울드래곤시티·경원재앰배서더와 같은 다양한 고급호텔을 관리·지원했다.  

한화H&R는 코로나19에서도 해양형 프리미엄 호텔 ‘벨메르 여수(2020년 7월)’와 서핑 콘셉트 ‘브리드 마티에 양양(2021년 7월)’ 등 2곳의 독자 브랜드 호텔을 개관했다. 두 호텔 모두 호캉스(호텔과 호캉스) 주 소비층인 MZ세대를 겨냥했다. 

올 7월엔 동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200실 규모의 ‘마티에 동부산’ 오픈도 앞두고 있다. 2030년까지 10개의 마티에 호텔을 운영하는 게 중장기적 목표다.  

호텔 운영은 ‘자산경량화(Asset Light)’ 방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위탁운영으로 투자비용 부담을 줄인 것이다. 벨메르 여수가 이 같은 예다. 회원권을 분양해서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닌 매각으로 개발이익을 확보하고 브랜드 등 경영권은 유지하는 방식이다. 동부산 마티에도 현재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하나로 모아 공모 리츠(REITs)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한화H&R 관계자는 “자산경량화는 개발이익을 즉각 환수해 재투자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2030년까지 오픈할 마티에 호텔들도 자산경량화 방식으로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한화H&R는 지난해 8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공간 플랫폼 ‘어반베이스’에 13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에 이어 지난달 초엔 부동산 디지털 조각투자 거래 플랫폼 ‘펀블’에 우리기술투자·SK증권 등과 50억 규모로 공동 투자했다. 지난해 흡수 합병한 한화에스테이트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홈퍼니싱·인테리어·리모델링·커머스 등 신사업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화H&R는 위탁급식·식자재(푸디스트), 아쿠아리움(아쿠아플라넷), 식음(더테이스터블) 등의 사업을 잇달아 물적 분할하며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분할을 통해 각 사의 독립경영 체제를 갖춰 전문성을 키우는 한편 레저·서비스,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 ‘토탈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한화H&R의 궁극적인 목표다.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인 또 다른 독자 브랜드 호텔 ‘브리드 양양’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인 또 다른 독자 브랜드 호텔 ‘브리드 양양’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기존의 식음사업을 물적 분할한 ‘더테이스터블’ 출범식.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기존의 식음사업을 물적 분할한 ‘더테이스터블’ 출범식.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그룹 오너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제공=한화그룹]
한화그룹 오너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제공=한화그룹]

지난해 11월 새 수장이 된 김형조 대표는 이 같은 밑그림을 가지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김 대표는 한화H&R 공채(1994년)로서 30년 가까이 회사의 국내외 사업과 경영관리 등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특히 기획·사업 전략 수립에 강점이 있어 그룹 수장인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70년대생 상무 4명을 새롭게 선임하고 신사업 발굴·육성의 중책을 맡기며 성과 창출 채비에 나섰다. 

김 대표와 오너 3남인 김동선 상무(프리미엄사업부 레저그룹장) 간의 합(合)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김 상무는 핵심인 레저사업의 미래 먹거리를 전담하고 있다. 김 대표와 김 상무 간의 충분한 소통과 교감이 된다면 회사 성장을 위한 드라이브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화H&R 관계자는 “김 대표 체제에서 각 사업별 효율성 제고와 프리미엄 사업 개발 등 미래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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