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콘텐츠의 바다에도 안전모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콘텐츠의 바다에도 안전모가 필요하다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2.08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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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BJ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평소 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리며 우울증까지 앓아왔다는 게 유족 측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방송 중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며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다. 특히 고인은 지난 2019년 자신의 어머니가 악성 댓글로 인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힌 바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당 BJ의 사망 소식과 함께 유튜버들의 사과 행진이 이어졌다. 이들은 고인에 대한 악의적 영상을 게재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유튜브에 사망한 BJ와 관련한 루머를 담은 영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가 자신을 향한 차가운 시선과 조롱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이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를 비난했던 유튜버와 악플러의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게재됐고 이틀 만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와 함께 각종 루머의 온상이 된 유튜브를 향한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통해 조회수를 높이고자 하는 소위 ‘사이버 렉카’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영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지만 유튜브 측이 이들을 방치하고 있다 게 핵심이다.

실제로 지난해 1인 가구의 일상을 담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의 왕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다른 출연자들의 사소한 표정과 행동이 악의적으로 해석된 영상이 다수 게재됐다. 이로 인해 출연자들은 사실관계를 넘어선 도넘은 악플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대다수의 1인 크리에이터들은 소속사가 없어 악플과 루머에 대한 대응에 취약하다. 때문에 일부 유튜버들의 발언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인신공격, 사생활 폭로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악플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것도 악플러를 양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악플로 신고되더라도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악플이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개인방송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사람과 수익과 인기가 몰리고 있는 것에 반해 환경은 열악하다. 악성 영상과 댓글이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독일의 경우 이용자가 200만명이 넘는 소셜미디어에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콘텐츠가 게재될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이내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역시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일반인과 방송인의 경계와 수익을 향해 자극적으로 치닫는 영상에 대응해 안전장치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