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발자가 우대받는 사회
내부 고발자가 우대받는 사회
  • 김 덕 만
  • 승인 2009.10.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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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의리문화가 강한 사회다.

신세를 지면 갚을 줄 알고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강한 의리 사회다.

유교정신을 이어받아 윗사람을 잘 받들고 아랫사람을 잘 보살피는 문화전통을 갖고 있기도 하다.

참 좋은 전통이다.

그런데 이 좋은 미풍양속이 선의(善意)로만 이용돼야 하는데 종종 불의에도 악용되고 있어 문제다.

특히 공사(公私)를 가장 엄격히 구분해야 할 공직사회에서 공금을 빼내는데 적잖이 악용된다는 점이다.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위아래 직원이 서로 적당히 눈감아 주고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는데도 시간외수당을 신청하고, 출장을 가지 않았는데도 출장비를 부풀려 타는 경우다.

업무용에 쓰라는 업무추진비(일명 판공비)를 내부직원들끼리 회식비로 지출한 사례도 더러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심지어 업무추진비 카드로 이른바 ‘카드깡’을 해 현금화시키는 조직도 잔존하고 있다.

이런 정도는 백번 천번 양보해 덮어둘 수도 있다.

어떤 공기업이 직원들끼리 조직적으로 스크럼을 짜듯 똘똘 뭉쳐 부정한 방법으로 고객만족도 설문조사를 조작해 경영성과평가 결과 1등을 했다면 믿을까. 사실이다.

이 부정으로 성과급 500%를 받았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진정으로 노력해 성과급을 탔다면 모범사례로 공직사회에 전파하고, 다른 기관들은 이를 잘 배워 실천하라고 박수칠 일이다.

하지만 이를 벤치마킹하려고 살펴보니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말처럼 조작극이었다.

이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왜 이 조직은 몰랐을까. 어디에나 정의로운 사람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그나마 건강함을 잃지 않고 있는지 모른다.

의로운 부패행위 신고자(whistleblower)는 약 3억 5천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공기업 직원들이 착복했던 성과급 약 40억원은 환수됐고 그 환수액의 약 9%는 부패방지 관련법에 따라 신고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2002년 1월 신고자 보호 및 보상제도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부패방지 정책을 총·조정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와 같은 신고 활성화를 위해 부패수익환수 금액의 20%까지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부패방지 관련법령을 2005년 12월 개정했다.

누구든지 신고로 인하여 약 450억원 이상의 부패수익을 환수하는데 기여했다면 최고 2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 받게 되었다.

또 법에 따라 필요하다면 경찰의 신변보호와 전직 등의 배려도 가능토록 돼 있다.

지구촌에서 가장 강력한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내부 신고인의 가장 무서운 보복은 상사나 조직의 박해보다도 평소 가까이 지내던 동료들의 냉대라고 증언한다.

가만히 있었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잘못이 바로 잡힐 텐데 공연히 나서서 조직을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혼란과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두터운 신뢰와 애정을 쌓아 온 동료들이 조직의 박해 분위기에 굴복하여 내부 신고인을 고립시키는 데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 중견 장교가 군납비리를 방송국에서 장시간 폭로한 후 네티즌들의 천문학적 응원 댓글을 보면서 이 의로운 장교를 존경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의 미래 삶을 더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공직사회가 진정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부패신고자=밀고자·배신자’란 냉대와 보복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고 진정한 공익수호인으로 인정받는 사회 풍토가 조속히 정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