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호텔 생존법②] 호텔신라, 실적반등 속 신사업 추진 '저울질'
[토종호텔 생존법②] 호텔신라, 실적반등 속 신사업 추진 '저울질'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2.07 05:3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악 2020년 딛고 지난해 매출 18% 성장, 영업흑자 전환
이부진 '글로벌 신라' 프로젝트 코로나19 팬데믹에 '주춤'
서울신라호텔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박성은 기자, 호텔신라. 편집=고아라 기자]
서울신라호텔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박성은 기자, 호텔신라. 편집=고아라 기자]

호텔신라(대표이사 사장 이부진)는 MZ세대 취향을 겨냥한 호캉스(호텔과 바캉스) 마케팅과 면세사업, 이(e)커머스 간 협업 등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부진(52·사진) 사장이 주도하는 신사업의 성공 여부가 포스트 코로나 경쟁력을 쌓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호텔신라는 ‘고급’을 지향하는 브랜딩과 운영 노하우로 호텔과 면세(Travel Retail, TR)를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해왔지만 그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실적은 고꾸라지고 사상 첫 ‘영업적자’란 수모를 겪었다. 게다가 야심차게 추진한 글로벌 호텔사업과 한옥호텔 건립 등 대형 프로젝트는 코로나19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1973년 설립한 호텔신라는 면세와 호텔·레저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전체 매출(2021년 잠정치 기준)에서 면세(신라면세점)는 약 88.5%, 호텔·레저(신라호텔 등)는 11.5%가량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호텔신라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717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연매출 5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조1881억원에 급감했다. 더욱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1853억원)를 냈다. 이부진 사장은 그 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 없이 전체 임원의 20%가량을 축소했다.  

◇중국 면세 진출, 디지털 혁신으로 역량 강화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에선 화두가 된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여러 이커머스와 시너지를 꾀하고, 중국의 대형 면세점과의 전략적 MOU(양해각서)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주력했다. 

면세업자 입장에선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재고 면세품 처리가 급선무다. 규정상 재고품을 공급자에게 반품하지 못한 경우 폐기해야 하는 만큼 손해가 막심하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자체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 ‘신라트립’을 통해 재고 면세품의 온라인 판매에 나선데 이어 쿠팡과 같은 그룹 계열의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SSF샵 등으로 이커머스 채널을 다양화하며 손실을 줄이는데 노력했다. 

또 지난해 7월엔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과 양국 면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MOU를 맺었다. 합작사(조인트벤처, JV) 설립을 통한 상품 소싱, 시장 개발 등이 골자다. 중국 면세시장은 중앙당의 규제 완화를 업고 코로나19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하이난성에선 1년 새 5개의 대형 면세점이 오픈될 정도로 성장세가 크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면세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이부진 사장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SSF샵에 입점된 신라면세점. [사진=신라면세점]
온라인 SSF샵에 입점된 신라면세점. [사진=신라면세점]
MZ세대를 겨냥한 서울신라호텔의 '폴 인 아트' 패키지. [사진=호텔신라]
MZ세대를 겨냥한 서울신라호텔의 '폴 인 아트' 패키지. [사진=호텔신라]

호텔사업 역시 대세 소비층이 된 MZ세대 취향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서울신라호텔의 ‘폴 인 아트’ 패키지는 예술과 투자에 관심 많은 2030세대를 겨냥한 업계 첫 아트테크 호캉스 상품으로 주목 받았다. MZ세대 ‘골린이(골프와 어린이, 골프초보)’를 위한 호캉스 특화 상품도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엔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해 신라호텔과 전국의 13개 신라스테이에 모바일 체크인·체크아웃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에 맞춰 걷는 만큼 기부금을 전달하거나 패키지 판매 시 일정금액을 적립해 취약계층 어린이를 지원하는 등 여러 사회공헌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호텔신라는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잠정치)은 전년 대비 18.5% 증가한 3조7791억원을 기록하고, 영업흑자(1188억원)로 돌아서며 최악의 해로 기억된 2020년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면세 부문은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회복을 주도했다. 

◇숙원사업 '한옥호텔' 완공 안갯속

호텔신라는 실적 반등엔 성공했지만 신성장동력인 해외사업과 한옥호텔 건립 등에선 고민이 깊다. 이부진 사장은 2019년 당시 호텔신라를 ‘글로벌 신라’로 확장하겠단 포부를 밝혔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6월 첫 글로벌 체인 브랜드 ‘신라모노그램’을 베트남의 휴양지인 다낭에 오픈했다. 신라모노그램은 특급호텔 최상위 등급인 ‘럭셔리’ 다음의 ‘어퍼업스케일’ 호텔이다. 호텔신라는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공개하면서 국내 최고의 호캉스 호텔로 평가받는 서울·제주 신라호텔의 운영 노하우와 강점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강조했다. 또 다낭을 시작으로 앞으로 해외 10여개국에 진출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개관한지 얼마 안 돼 휴장에 들어갔고 코로나가 다소 완화된 틈을 타 지난해 6월 재개장했지만 한 달 만에 문을 닫고 현재까지 개점휴업이다.  
 
또 비즈니스호텔 체인 ‘신라스테이’를 앞세워 지난해 미국의 실리콘밸리 산호세(세너제이)에 오픈할 계획이었으나 오미크론 등 변이바이러스에 따른 코로나19 장기화로 개관 일정은 갈수록 더뎌지고 있다. 

베트남의 '신라모노그램 다낭'. 신라모노그램은 호텔신라의 첫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다. [사진=호텔신라]
베트남의 '신라모노그램 다낭'. 신라모노그램은 호텔신라의 첫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다. [사진=호텔신라]
서울신라호텔 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 사진 왼쪽이 건립을 계획 중인 한옥호텔 조성 부지.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신라호텔 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 사진 왼쪽이 건립을 계획 중인 한옥호텔 조성 부지. [사진=박성은 기자]

호텔신라의 숙원사업인 전통한옥호텔 건립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옥호텔은 이 사장이 2010년 취임하면서 추진됐다. 서울 도심에 한옥호텔을 지어 다른 특급호텔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완공되면 이 사장의 대표 성과로 꼽힐 핵심 프로젝트였다. 23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로 서울신라호텔 인근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조성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와의 수차례 줄다리기 끝에 2020년 3월이 돼서야 공사를 시작해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에 유적이 발견되면서 공사는 중단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완공 일정은 2024년 5월로 미뤄졌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8월 한옥호텔 투자·보류 기간을 ‘미정’으로 정정 공시했다. 공사기간이 무기한 연장됐단 의미다. 이에 따라 2024년 5월 완공도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업황 불확실성이 가중됐고, 부채 부담도 크다보니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호텔신라의 지난해 실적은 개선됐으나 부채비율은 361%로 최악의 실적을 냈던 2020년의 364%와 비슷하다. 

면세사업 또한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과 전략적 MOU를 맺은 지 반 년을 훌쩍 넘겼지만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하며 이렇다 할 후속 조치는 아직 없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신라모노그램 다낭과 신라스테이 세너제이 모두 위탁경영 형태의 호텔로서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각 오너사와 운영·오픈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전통호텔 또한 코로나 상황에 따라 공사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요우면세점과의 MOU 체결 이후 양사는 현재 세부적인 협력 방안과 JV 설립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