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징어게임과 주파수 경매
[기자수첩] 오징어게임과 주파수 경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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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시장이 연초부터 시끄럽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추가할당을 추진하면서 ‘특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탓이다. SKT와 KT는 추가할당이 LG유플러스에 유리하다며 반발한 반면 LG유플러스는 전파자원 효율적 활용과 이용자 편익증진이 증진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갈등의 배경은 지난 2018년 5G 상용화 준비를 위해 실시된 주파수 경매다. 당시 정부는 3.5기가헤르츠(㎓) 대역에서 300메가헤르츠(㎒) 폭을 할당하려 했지만 20㎒는 주파수 혼·간섭 우려로 제외했다. SKT, KT는 각각 100㎒, LG유플러스는 제외된 20㎒ 주파수와 인접대역인 80㎒를 낙찰 받았다. 이후 과기정통부가 LG유플러스의 추가할당 요청을 검토해 받아들이자 경쟁사들이 반발에 나선 것.

업계 일각에선 다소 차가운 반응이다. 이통사들이 현재 5G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파수 욕심만 부리며 진흙탕 싸움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타사에 비해 주파수 대역이 적은 LG유플러스가 가져가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이통사들을 비난할 건 아니다. SKT와 KT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통사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더 좋은 주파수를 많이 확보했냐는 점에서 출발한다. 특히 지난 2011년 주파수 경매방식이 도입되면서 이통사들의 견제는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경매에선 경쟁사가 좋은 주파수를 쉽게 가져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주파수를 확보하는 게 기본이다.

실제 지난 2013년 진행된 주파수 경매에선 SKT와 LG유플러스가 KT의 인접대역 주파수 확보저지에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KT의 비용부담을 늘리면서 각기 원하는 주파수를 획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정부다. 이번에 과기정통부가 경매 대상으로 잠정지은 주파수 대역은 20㎒ 폭(3.4~3.42㎓) 단 하나다. 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주파수 하나를 놓고 세 기업이 제로섬 게임을 펼쳐야 한다. 한정된 자원 속 갈등은 당연하다. 과기정통부는 “국민의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고, 전파자원 이용 효율성과 통신시장의 경쟁 환경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등장하는 프론트맨처럼 모순이 다분하다. 프론트맨은 생존게임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에게 항상 평등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론 평등은 말 뿐이며 특정인을 위해 모든 걸 조작했다. 과기정통부는 ‘공익’과 ‘시장경쟁’을 앞에 내세웠지만 한정된 자원만 제공해 결과적으로 시장혼란을 야기한 셈이다.

정부는 갈등조장에 책임을 지고 당근책을 내놔야 한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달 중 은 이달 중 이통3사 CEO들을 만나 얘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제안으로 분쟁을 해소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