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토종 외식 브랜드, 세계화 '잰걸음'
기지개 켜는 토종 외식 브랜드, 세계화 '잰걸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2.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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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인기 호재, 포스트 코로나 대비 신성장동력 확보
파리바게뜨·뚜레쥬르·교촌·BBQ·맘스터치, 해외사업 재시동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휴양지인 미국 하와이에 오픈한 BBQ 쿠오노몰점. [사진=제너시스비비큐]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휴양지인 미국 하와이에 오픈한 BBQ 쿠오노몰점. [사진=제너시스비비큐]

국내 외식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과감히 공략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 문화·음식 등의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해외 진출을 위한 적기로 판단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업종의 토종 외식브랜드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락다운(지역봉쇄) 영향으로 한동안 해외 진출이 위축됐으나 다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우선 대외적인 분위기가 좋다. BTS(방탄소년단)와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관련 수출이 확대되면서 한국음식 호감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식품 수출액은 코로나19와 글로벌 물류대란 속에서도 역대 최고치인 113억6000만달러(13조7626억원)를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공개한 ‘2020 콘텐츠사업조사’에선 K-콘텐츠 수출액이 처음으로 1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외식기업들도 글로벌 진출에 의지가 상당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0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도 해외 진출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단 응답 비율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0%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그간 동남아·북미 등을 중심으로 해외 가맹사업 문의는 꾸준했다”며 “해외 진출은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사업이 안정화될 경우 브랜드 위상과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진출이 가장 활발한 외식업종으론 치킨을 꼽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공동 조사한 ‘2021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외국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먹은 한식 메뉴가 ‘한국식 치킨’이다. 

매출액 기준 업계 3위인 제너시스비비큐의 BBQ치킨은 최근 미국의 유명 방송사 ‘폭스(FOX) 뉴스’에 보도되며 큰 화제가 됐다. 폭스 뉴스의 플로리다주 ‘FOX 35 Orlando’는 약 4분 동안 BBQ의 플로리다 1호 매장인 ‘이스트 콜로니얼(East Colonial)점’을 통해 미국인들이 가장 먹고 싶은 한식으로 한국식 치킨을 소개했다.

BBQ는 지난해 하반기엔 하와이와 시카고 등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미국 전역에만 8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또 한국의 배달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우버이츠와 같은 현지 배달업체와의 계약을 맺고 비대면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엔 글로벌 외식업 전문지 네이션스 레스토랑 뉴스가 선정한 ‘2021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외식 브랜드’에서 5위를 차지했다. 윤홍근 BBQ 회장은 2025년까지 전 세계 가맹점 5만개 개설을 목표로 올해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교촌치킨의 두바이 2호점 '퍼스트 에비뉴점'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치킨의 두바이 2호점 '퍼스트 에비뉴점' [사진=교촌에프앤비]

치킨업계 1위 교촌은 지난해 12월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1호점 ‘데이라 시티센터점’에 이어 이달에 2호점 ‘퍼스트 에비뉴’점을 오픈했다. 교촌은 지난해 4월 중동의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중동·아프리카 9개국 진출을 위한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했다. 교촌은 2025년까지 전 세계 25개국에 537개 매장을 출점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햄버거·치킨이 주력인 맘스터치는 미국 LA에 MF 형식의 1호점을 운영 중이다. 현지 식문화를 고려한 ‘치킨버거’가 주 메뉴다. 2025년까지 미국에서 100개 매장을 낼 계획이다. 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한식 인기가 높은 동남아에서 매장 출점도 검토하고 있다.

치킨업계 4위 굽네치킨은 2014년 홍콩 침사추이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해외 9개국에 3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까지 글로벌 100호점 오픈이 목표다.

국내 베이커리 양대 산맥인 SPC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K-빵 위상을 높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상하이에 해외 첫 1호점을 오픈하고 2010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후 중국과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지에 400여개가 넘는 글로벌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12월엔 인도네시아 1·2호점을 연이어 출점하고, 중국 선양까지 진출했다. 

특히 중국은 파리바게뜨 해외사업의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 13개 도시에 300여개의 매장이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선양을 기반으로 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중국에선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의 인도네시아 2호점 '세나얀시티점' [사진=SPC]
파리바게뜨의 인도네시아 2호점 '세나얀시티점' [사진=SPC]
홍콩 툰문에 운영 중인 스쿨푸드 매장. [사진=스쿨푸드]
홍콩 툰문에 운영 중인 스쿨푸드 매장. [사진=스쿨푸드]

뚜레쥬르 역시 2004년에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인도네시아 등 해외 6개국에 280여 매장이 있다. 뚜레쥬르는 미국에서 인지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속에서도 10여개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현지 매장 수만 70여개가 넘는다. 뚜레쥬르 미국법인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외에 분식 전문점 스쿨푸드는 지난해 말 홍콩에 6호점을 냈다. 주력인 ‘마리(김밥)’를 앞세워 다양한 한국 분식을 현지에 소개하고 있다. ‘한국식 빙수’를 콘셉트로 한 설빙도 최근 일본의 J&K사와 MF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중 도쿄에 매장 2곳을 오픈할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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