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 상장 철회…변수 맞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현대ENG, 상장 철회…변수 맞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1.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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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압력·광주 아파트 붕괴 따른 코스피 시장 위축 고려
정의선 회장, 지배력 강화 위한 모비스 지분 매입 가능성 여전
서울시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신아일보DB)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압력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얼어붙은 주식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계기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였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로 현금 확보 방식에 변화가 있겠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 확대와 이를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작업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봤다.

29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에 코스피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시를 통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 대표 주관회사 등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를 철회한 것은 최근 주식 시장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2600선이 붕괴했다. 2020년 11월30일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건설주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직전 거래일 기준 코스피 건설업 지수는 105.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건설업 지수는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발생일부터 지속해서 하락 중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밸류(기업공개 가치) 산정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해외 엔지니어링 기업들과 비교했기 때문에 공모가가 비싼 측면이 있었다"며 "현대산업개발 붕괴 현장 사고와 금리 인상 압력 등으로 시장이 안 좋은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배경으로 주목받았던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금 확보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애초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통해 신주 400만주와 구주 12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었다. 이 중 구주매출에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534만1962주가 포함됐다. 주당 공모 희망 가액 5만7900~7만5700원을 고려할 때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3092억~4043억원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활용해 지배구조 개편 자금 중 일부를 마련할 것으로 봤다. 정의선 회장은 이달 초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 중 3.29%를 매각해 현금 2008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남은 지분 20%를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금융 전문가 견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현재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이상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인한 구주 매출 외에도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이번 철회가 지배구조 개편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