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우려…산업계 "의무규정 모호"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우려…산업계 "의무규정 모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1.27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별 CEO급 책임자 중심 사고예방 재정비…과잉처벌 우려
기업 빌딩 숲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 빌딩 숲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산업계는 27일 시행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관련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급 안전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사고 예방체계를 가동했지만, 해당 법의 안전·보건 의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는 이러한 문제점을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시민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담겼다.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산업계에 따르면 관련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해 안전사고 예방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장담할 수 없다.

기업들은 저마다 조직개편, 별도 대책 마련, 직원 교육 등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최고안전책임자(CSO), 최고리스크담당책임자(CRO)등의 신설이다. 이들 직책은 대부분 최고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장, 부사장급이 맡는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8월 CRO를 신설했다. LG전자 CRO는 CEO 직속 조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배두용 부사장이 겸직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최근 신설된 CSO에 각각 대표이사인 이동석·최준영 부사장을 선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주 박두선 조선소장(부사장)을 CSO로 임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안전 인력 20% 증원 등을 시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울산지역 사업장 전 임원, 부서장 등 33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특강을 실시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안전보안실 산하 산업안전보건팀을 산업안전보건실로 격상했다.

각 기업은 중대재해처벌을 피하기 위해 조직·인력 등 형식만 갖춰선 안 되며, 구체적인 안전 의무 이행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의무의 구체적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하다”며 “이런 까닭에 입법 과정에서부터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와 실효성 논란이 있어온 게 사실”이라며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법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지난 20일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설명회를 열고 참석자(71개사)들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애로사항을 설문조사한 결과, ‘모호한 법 조항’(43.2%)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마련한 해설서도 모호하고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준수로 인정되는지 알기 어려운 혼란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이 합리적으로 개정되는 입법보완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