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실효성 높이려면 '근본적 노동환경 개선' 필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실효성 높이려면 '근본적 노동환경 개선' 필요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1.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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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안전 책임 강화…사고·직업성 질병으로 인명피해 시 징역·벌금
전문가 "하도급 체계 개편·근로자 교육 등 법 뒷받침할 조치 있어야"
서울의 한 건설 현장(*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신아일보DB)

산업 현장 안전 사고에 대한 경영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된다. 사고나 직업성 질병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대 재해를 막는다는 법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해선 하도급 체계 개편과 근로자 교육 강화 등 노동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2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산업 현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24년 1월27일부터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산업 재해'가 발생한 산업 현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중대산업 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같은 유해 요인의 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등을 포함한다.

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현장의 경영책임자와 사업주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이 외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중대재해처벌법 내용. (자료=고용노동부)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산업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경영책임자와 사업주에 대한 법적 처벌 외에도 현장 하도급 체계 개선과 근로자 교육 강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재해가 발생하는 현장은 대게 위험한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인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현장에는 대부분 하청업체 인력이 투입된다"며 "하청업체는 대금 등으로 인한 자금난을 겪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인건비가 저렴한 초보 인력을 투입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대 재해를 막기 위해선 하도급 임금 체계를 개선하고 근로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며 "경영책임자 처벌로 산업 재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처벌 대상 등에 대한 모호한 규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영책임자와 사업주 등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만큼 실효성보다는 혼란이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하는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 등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대표이사 등에 준하는 책임자로서 사업 또는 사업장 전반의 안전 관련 조직, 인력, 예산을 결정하고 총괄 관리하는 사람 △안전에 관한 최종결정권을 가진 정도의 책임이 있는 사람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지방공기업·공공기관의 장(長) 등이다. 사업주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또는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로 정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준법 의지를 고취하기에는 법적 주체가 너무 불분명하다"며 "실효성보다는 자의적 법 해석이 난무할 수 있고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태기 교수는 "CEO 등에 대한 직접 처벌이 가능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두려움이 클 것"이라며 "산업 현장 안전 의식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