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관리·재정적자폭 축소 '일석이조'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14조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정치권의 추경안 증액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다만 25일 정계·학계에 따르면 '세출 구조조정'이 마지막 제동장치가 될 가능성이 눈길을 끈다.
여·야를 막론하고 추경을 환영하는 데다, 심지어 대폭 증액 필요성을 유력 대선주자들이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추경 심의를 위한 2월 임시국회 일정(27~30일 개최)에 24일 합의했다. 21일 오전 정부가 추경안과 그 내용을 발표한 뒤 사흘만이다.
우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차기 정부 재원으로 35조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소 50조원이 필요하다"며 추경 증액 필요를 강조했다. 확실한 것은 자영업자 지원 등 기존 정부안은 물론, '대선 바람'을 타고 이 규모가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대목이다.
이에 우려가 높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하는 것은 좋은데 손실보상 할 정도만 하면 된다"고 전제하고 "돈이 나가면(추경을 하면) 채권금리가 올라가고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금은 유동성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확장재정을, 더구나 추경을 편성해서 하는 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고음이 나오는 것은 우리 재정 사정이 이미 정부안(14조원 추경)을 감당하기에도 쉽지 않아서다. 통합재정수지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적자 행진 중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중앙정부의 당해연도 순수한 수입에서 순수한 지출을 차감해 구한다.
특히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현재로선 68조원대로 전망되지만, 정치권의 추경 증액 논란이 이를 금세 부풀릴 수 있다.
다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당은 초과세수 및 기금 활용에 방점을 두고 내달 15일 선거운동 돌입 전 추경안 통과를 주장한 반면, 야당은 재원 마련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즉 민주당 측은 "일단 (추경을) 마련해서 집행하고 그 다음에 추가세수가 충분히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그 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고 본다.
다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세출 구조조정을 하나도 안 하고 추경안을 편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신규사업, 경상경비 삭감 등으로 마음만 먹으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본예산 608조원에서 5%만 구조조정을 해도 30조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채 발행 없이도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 짚어봐야 할 문제다. 팬데믹 해결을 위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그 방법론이 추경인지, 또 그 증액 액수 계산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선의 시간, 국회의 시간'과는 별도로 냉철한 검토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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