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줍기 차원 이상의 적극적 전략 '마이데이터 대응'
'제-판 분리 현상' 방어 위해 은행 중심 생태계 구축
은행들이 '연계대출'에 눈길을 주고 있다. 대출 승인이 어려운 고객들을 계열사의 제2금융 등으로 이어주는 방안을 확대하는 의미 외에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핀테크에 금융상품 판매 역할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적극성도 부각된다.
24일 은행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이나 카드 등 같은 금융그룹 내 계열사와의 연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핵심 키워드로 저축은행이 부각되고 있다. 은행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대출 수요를 놓치지 않고, 계열 저축은행으로 이어주는 모델을 적극 모색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원큐 앱에서 저축은행·캐피탈 등 계열사로 연계하는 서비스를 마련, 시행 중에 있다. 앞으로 다른 계열사로의 다양한 상품 연계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도 기존 모바일 앱에 대출 상품 비교 서비스를 구축해 계열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고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다른 계열사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하반기 'KB 금리비교 플랫폼' 도입을 추진하는데, 은행을 중심으로 KB국민카드, KB저축은행, KB캐피탈 등 다양한 계열사의 대출상품을 한번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적극적인 모델은 우리은행에서 발견된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에서 계열사와 연계해 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계열사로는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이 있다.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을 계열사로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이다.
다만, 계열사 아닌 저축은행과의 협업도 이뤄져 관심을 모은다. 우리WON뱅킹에서는 △웰컴저축은행 △SBI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으로의 연계 대출 서비스도 이뤄진다.
단순히 '이삭줍기'나 '계열사 몰아주기' 혹은 '수수료를 추구한 (그룹 밖) 타 금융기관과의 협업'으로만 요약하기에는 상황이 대단히 격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답은 마이데이터 시대에 대응한 은행권의 적극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핀테크에 반격을 가할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은행 분야는 높은 수익을 올리고는 있지만, 향후 산업 전망이 마냥 밝지 않다. 핀테크와 다양한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기정사실화돼 시장 판도가 이미 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여러 은행 지점을 돌아다니기보다는 정보를 취합해 활용한다는 개념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즉, 한 플랫폼에서 대출 상품 정보를 얻으면 결국 그 곳에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금융그룹이 가진 강점인 저축은행 등 다양한 계열사 활용의 적극적 연계망을 구축하고, 때로는 그룹 밖 저축은행들과의 협업도 모색하는 것이다.
판세가 이렇게 되면 어느 은행 고객이냐는 로열티는 더 이상 의미가 약해지고 이는 일명 '제-판 분리'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은행이 중심이던 상황에서 단순히 은행은 상품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역할은 다른 곳에서 맡는 '주객전도 현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최대한 막아보자는 은행권의 절박함이 근래의 저축은행 연계 움직임 뒤에 깔려 있다.
제품을 소개받고 택하는 정보 결정권이 마이데이터화로 바뀌면서, 은행은 상품만 기획, 제공하는 판매사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반대로 해석해 은행이 코디네이터 내지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는 셈이다.
가깝게는 '제-판 분리'를 최대한 늦추고, 혹은 주도권을 겨루는 한편, 멀게 보면 은행들이 각자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을 가두리에 계속 유지하려는 구상 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규제 강화로 긴축 국면에서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인한 수요 축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각종 실수요 틈새시장을 개발하는 차원에서도 이런 작업들은 의미가 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협업을 통해 금융을 넘어 이종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고객경험과 비즈니스 기회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며 근래 분위기를 소개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해 새로운 비즈니스, 내부 혁신 역량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