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안중근, 뮤지컬로 부활했다
도마 안중근, 뮤지컬로 부활했다
  • 문경림기자
  • 승인 2009.10.2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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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콤, 오늘 ‘영웅’첫 공연…류정한·정성화·조승룡등 출연
도마 안중근(1879~1910)이 뮤지컬로 부활했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저격한 장거를 뮤지컬 ‘영웅’은 무대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제한된 공간을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연출자 윤호진(61) 에이콤 대표가 3년 간 37억원을 들여 내놓은 대작이다.

고증을 통해 안중근의 의거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안중근을 사랑하는 중국 여인 링링, 명성황후(1851~1895)의 마지막 궁녀 설희 등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드라마틱한 요소도 더했다.

뮤지컬이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공연 내내 이어진다.

설희가 명성황후의 죽음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배경인 궁의 거대한 문풍지 뒤로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그림자로 재현, 영상매체의 플래시 백 효과를 3차원으로 살려냈다.

극의 절정과 압권은 이토가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장면이다.

기차 세트 앞에 투명 가림막을 내리고 그 위에 휘날리는 눈발과 자작나무가 뒤로 물러나는 영상을 접목, 실제로 기차가 질주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이 조화된 황홀경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영웅인 이토의 인간적인 모습에도 주목했다.

이토가 죽은 뒤 살인죄로 감옥에 갇힌 안중근과 평화에 대한 생각을 서로 노래로 주고받으며 사상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충성을 맹세한 나라는 달라도 그 끝은 죽음이라는 점에서 같다는 가사도 여운을 남긴다.

음악은 브라스등을 적극 활용, 웅장한 기운을 뿜는다.

안중근이 거사를 결정한 후 동지들과 결의를 다지며 합창하는 1막 엔딩곡 ‘그날을 기약하며’가 그 절정이다.

사형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반주 없이 안중근은 이 곡의 후렴구로 답한다.

뭉클한 감동이 없다면 한국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인물들이 등장할 때는 갈색 톤으로 따뜻한 느낌, 일본 캐릭터들이 나올 때는 붉은색 톤으로 자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도 특기할 만하다.

소재와 주제 자체가 안무를 정적으로 억누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특히, 대한민국 의병이 일본 순사에게 쫓길 때의 안무가 역동적이고 긴박하다.

움직이는 영상을 배경으로 실제로 의병과 순사들이 달리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해냈다.

극이 끝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조국, 어머니, 종교 등 거룩한 단어들이 일으키는 감정의 고양이다.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사상가 안중근의 면모에서는 무한한 존경심이 펑펑 샘솟는다.

요소요소에 코믹한 팁을 넣기는 했지만 대체로 비장하고 의미심장하다.

한국적인 오페라라 칭할 수 있는 스펙터클은 장점이되 다소 무겁다.

뮤지컬 주요 관객층이 로맨틱 코미디에 익숙한 20, 30대 여성들이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을 지도 모른다.

역으로, 바로 이 부분이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일 수도 있겠다.

류정한(38), 정성화(34)가 안중근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이희정(46)과 조승룡(45)이 이토를 번갈아 연기한다.

김선영(35), 소냐(29) 등이 함께 한다.

‘영웅’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이해 의사의 뜻을 널리 알리고 기념하고자 탄생했다.

안중근 의거 날짜에 맞춰 2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 12월31일까지 계속된다.

4만~11만원. 02-2250-5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