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에세이 시리즈 ‘띵’의 열다섯 번째 이야기 ‘식탁 독립-부엌의 탄생’이 출간됐다.
19일 민음사 출판그룹 브랜드 세미콜론에 따르면 ‘부엌의 탄생’은 패션지 에디터로 오랜 시간 근무한 김자혜 작가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리산 부근의 시골 마을로 내려간 이후의 생활 변화를 담은 도서로 ‘시골에서’와 ‘도시에서’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시골에서’에는 지리산으로 내려가 살기 위한 준비 과정을 담은 전작 ‘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이후 펼쳐지는 진짜 삶이 담겼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부엌의 탄생’을 알리는 시초가 됐다.
저자는 시골에 내려가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현지인의 텃세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아슬아슬한 통장 잔고도 아닌, 끼니”였다고 설명한다. 직접 부엌에 서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당의 잡초를 뽑고, 이웃 할머니들이 집 앞에 놓고 간 참나물을 무치거나 감자를 쪄 먹기도 하고, 파와 마늘 같은 기본 재료들을 손질하고 소분하여 냉장고에 넣어두는 ‘부지런한’ 삶이 시작되면서, 역설적으로 ‘여유로운’ 식사가 가능해졌다.
우당당탕 어설프지만 진짜 나의 부엌이 된 공간은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더욱 주도적으로 살아갈 원동력이 됐다고 작가는 말한다.
2부 ‘도시에서’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간의 시골살이를 마치고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의 생활을 담고 있다.
삶은 다시 바쁘고 촘촘해졌지만 더 이상 부엌에서 헤매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남에게 묻지 않는다. 나의 한 끼를 위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대충 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여전히 “혼비백산과 허둥지둥의 반복”이지만 그럼에도 부엌이 있는 삶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충만한 기분을 선사해줬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일평생 손에 물 마를 날 없었을 이 땅의 모든 엄마를 생각한다. “너는 공부나 열심히 해.” 그런 말들로 딸들을 적극적으로 부엌에 들이지 않았던 엄마. 하루 세 번씩 꼬박꼬박 식구를 먹이던 엄마가 육십이 넘어서야 겨우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아빠의 식사를 걱정하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가정. 우리가 그동안 무수히 먹어온 평범하지만 따뜻한 집밥은 고강도 노동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직접 밥을 차려 먹는 사람이 되어서야 뒤늦게 깨달아간다.
이제는 부엌 안의 살림살이 규모와 냉장고 안의 식재료 상황을 파악하고, 나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주체적인 끼니를 해결해나가는 기쁨을 이 책은 담고 있다.
한편 김자혜 작가는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 패션 매거진의 패션 에디터로 일했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며 ‘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를 썼고, 밥을 스스로 지어 먹기 시작하며 이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