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건설사고·소비자 피해 방지 대안 '후분양제' 주목
반복되는 건설사고·소비자 피해 방지 대안 '후분양제' 주목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1.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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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가 분양·안전 위험 책임지는 구조로 자발적 품질관리 유도 기대
"근본 대안 아니다" 주장도…사업성 고려 공기 단축 기조 변화 없을 것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신아일보DB)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신아일보DB)

반복되는 주택 건설 현장 사고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후분양제 확대가 주목받는다. 기존 선분양제와 달리 분양·안전 위험을 건설사가 오롯이 지게 돼 시공사의 자발적 안전·품질 관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사 기간에 대한 부담 감소로 부실 시공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사업성을 고려하면 후분양에서도 공기 단축 압박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근본적인 안전 강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등 최근 잇따른 주택 건설 현장 사고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의 대안으로 후분양제가 거론된다. 

김헌동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지난 17일 서울시 강남구 SH 본사에서 열린 업무보고에 앞서 "후분양을 하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도 않고 촉박한 공사 기간(이하 공기) 때문에 동절기 무리한 공사를 하지도 않는다"며 "아파트를 지어놓고 분양하기 때문에 선분양 아파트와 달리 일반 시민의 피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후분양제는 주택을 짓기 전 분양자를 모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물 골조공사 등 건축 공정을 60% 이상 진행한 이후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어느 정도 지어진 건물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 현장 사고나 공기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재산권 피해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시민단체들은 후분양제 도입 시 건설사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사고 피해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만큼 더욱 철저한 안전·품질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선분양제보다 공기에 대한 부담도 줄어 부실시공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후분양제를 적용할 경우 분양 전에 건물이 무너지면 건설사가 모든 손실을 떠안게 되니 사고 예방이나 부실시공 근절 등에 대해 보다 철저히 감시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근본적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분양제나 건설사 직접시공제 등이 논의되는 것이 훨씬 소비자들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도 "실물을 보지 않고 사는 개념인 선분양제는 판매자가 물품을 최상품으로 만들 유인이 사라져 부실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고 본다"며 "또 미리 정해둔 공기에 맞추려 속도전을 하다 보니까 부실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후분양제가 건설 현장 사고를 줄이는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공기는 사업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후분양제하에서도 공기 관리는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분양제를 하더라도 일정 기간 내 공사를 마칠 수 있느냐는 사업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공기는 가능한 한 연장되지 않도록 하는 게 현장의 필수 항목이기 때문에 선분양과 후분양하에서 공기가 다르게 관리될 수 있다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2018년 6월 후분양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 로드맵에는 올해까지 공공분양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민간은 공공택지 우선공급과 기금대출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후분양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그러나 집값 급등 이후 공급 확대로 정부 정책이 선회하면서 사전청약이 부활하는 등 후분양 활성화는 뒤로 밀린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로드맵에 따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 등이 후분양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며 "다만 시장 수급 상황을 반영해 분양 계획을 다소 탄력적으로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