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사퇴에 엇갈린 평가…"책임 행보" vs "회피성"
정몽규 회장 사퇴에 엇갈린 평가…"책임 행보" vs "회피성"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1.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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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서 물러났지만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
건설업계 "최대치 결정"…시민단체 "경영 간섭 가능성"
정몽규 HDC 회장(가운데)이 17일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서종규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가운데)이 17일 서울시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서종규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건설업계는 예상 가능했던 최대치 결정이 나온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정 회장이 HDC그룹 회장직을 유지한 채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만 물러난 것을 두고 경영 간섭 가능성을 남긴 '책임 회피성' 행보라고 혹평했다. 정 회장은 이번 사퇴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며 남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7일 서울시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광역시 아파트 신축 현장 외벽 붕괴 사고와 지난해 6월 광주시 철거 현장 건물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놨다. 정 회장은 HDC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2018년 3월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회장직은 유지해왔다. 그러나 7개월 간격을 두고 벌어진 연이은 사고는 그가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지주사인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책임 회피성' 사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정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 입장을 밝혔으나 여전히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퇴로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사회를 개최해 사고 경위와 책임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책임 회피성 사퇴라는 지적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회장직) 사퇴로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물러나지만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정 회장이 HDC그룹 내 주력사인 현대산업개발 경영에서 물러나는 만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HDC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각각 69.3%와 86.3%에 달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그룹 주력사인 현대산업개발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B 건설사 관계자도 "사고에 대한 면피가 아니고 사과의 제스처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오늘 사퇴는 사과에서 끝나지 않고 오너(사주)가 직을 내려놓으면서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의 이번 결정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사고 수습과 후속 대책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C 증권사 연구원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너십 입장에서 나온 조치로 본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경영 관련 조치 등 후속 조치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환골탈퇴 하는 자세로 완전히 새로운 현대산업개발이 될 것이라며 변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 고객들과 이해관계자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향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south@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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