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불협 화음’
한미 외교‘불협 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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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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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간에는 두 차례 “불협화음”이 있었다.

한 달 전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발표한 “북 핵 그랜드 바긴” 제안을 놓고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모르는 일”이라고 딴청을 부렸고,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아무개가 모른다고 하면 어떤가?”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얼마 전 미국 국방부의 월리스 그렉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을 했다”고 말해, 한-미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백악관 쪽이 “오해가 있었다.

”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국내 일부 식자층에서는 이와 같은 “한미 간 불협화음”에 대해 자못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미 불협화음은 전혀 걱정할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불협화음은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본래 외교라는 것은 총칼이 없는 싸움으로도 비견되는 분야다.

물론 과거처럼 한국이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절에는 불협화음이 있을 까닭이 없었다.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는 외교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에 의존하던 일방적인 국제관계는 대폭적으로 바뀌면서, 한국도 미국과 본격적인 외교관계를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부부간에도 다툼이 있고 형제간에도 주먹다짐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불협화음은 사이가 돈독할수록 치열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때문에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없다면 오히려 이는 이상한 일이다.

문제는 외교전에서는 성동격서(聲東擊西), 허장성세(虛張聲勢), 양동작전(陽動作戰) 등 온갖 싸움의 지혜가 구사되는데다가 “빅딜”이라는 상술도 동원되는 만큼 어떤 외교발언들이 과연 무엇을 뜻 하는 것인지 판별하는 일은 짐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벼랑 끝 전술”로 유명한 북한도 외교에 관한한 미국이 골치를 앓게 하는 고수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으로 최근 북한의 대남 유화정책은 비전문가들로서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면밀히 분석해보면 미국의 최대 골치 꺼리는 아프간문제다.

이는 현재 방한 중인 게이츠 미국방장관의 성명을 통해 이제 명백히 밝혀지고 있다.

한-미간 불협화음의 진원지는 아프간전쟁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놓고 벌이는 한미 간 외교전이라고 볼 수 있다.

만에 하나 한국이 전투 병력을 보내줄 수 있다면,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만, 미국은 앞으로 수년간 한국을 마치 상전처럼 대할 수도 있을 만큼, 미국은 급한 지경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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