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너져 내린 아파트…믿기 어려운 사과·약속
[데스크칼럼] 무너져 내린 아파트…믿기 어려운 사과·약속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2.01.1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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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완공을 바라보던 39층 높이 아파트 벽면이 과자 부서지듯 무너져 내렸다. 바깥 벽면이 찢기듯 떨어져 나가 속 안이 훤희 들여다보인다. 처참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떻게 이런 사고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반복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처음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인명 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아니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의 연락이 끊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사고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지연됐고 생사조차 모르는 작업자 6명은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캄캄한 밤을 보냈다.

사고 아파트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은 불과 7개월 전에도 광주의 또 다른 현장에서 사상자를 냈다. 당시에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현장 옆 도로를 지나던 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시민 9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말 그대로 황망한 사고였다. 

상식을 벗어난 철거 방식부터 부실한 안전장치, 허술한 관리,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진 지저분한 사업 구조가 모여 돌이킬 수 없는 인재를 불렀다. 이 사고 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재발 방지'와 '전사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결과적으로 공허한 한마디 말에 그치고 말았다. 

9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사고 책임은 시공사에만 있지 않았다. 사업 인허가 책임 기관인 지자체와 건설 안전 정책 기관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국토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직접적으로 이 사고를 언급하며 '안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장관은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지난해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등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한 것은 뼈아픈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말이 무색하게 대형 사고가 또 터졌다. 이번에도 사과와 약속이 이어졌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고, 국토부는 사고 원인을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개월 전과 판박이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국민이 이런 사과와 약속을 믿기 어렵게 됐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마지막까지 주거 안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안정'은 있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겠다"고 말했지만, 부실한 건설 관리 행정은 집값이 아닌 안전을 끌어내리고 있다. 집값 안정을 얘기하기 전에 집의 안전부터 제대로 챙겨야 한다.

새 아파트가 무너져 내렸다. 포탄이 날아온 것도 아니고 지진이 난 것도 아니다. 이런 아파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주자를 맞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건설에서 안전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가치다. 첨단 기술이니 스마트니 하는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안전이 빠지면 근본이 흔들린다. 흔들린 근본 위에 건축물이 제대로 설 수 없고 제대로 서지 못하면 무너진다.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시공 능력이고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안전과 분리된 건설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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