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 다 죽어"
[기자수첩]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 다 죽어"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1.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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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연기한 배우 오영수씨가 최근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다.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의 명대사가 있다.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 다 죽어."

최근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보면서도 이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국회는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무한 도돌이표' 기싸움에 지배당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이 대표는 자신을 '새우'라고 표현했지만 정작 새우는 기자였다. 누구 한 명이라도 입을 열면, 아니 휴대전화를 켜서 본인의 SNS에 글을 올리기만 해도 판이 금세 바뀌었다. 기사는 누군가의 한 마디에 '철 지난 이야기'가 돼 버려 여러번 폐기됐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참 많이 했다. 그들의 밀당 역사는 깊다. 입당 때부터 감지됐다. 윤 후보는 야권 잠룡 시절 국민의힘 입당을 한참 간보다 당 대표가 없을 때 문을 두드렸고,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장외에 있을 때 비빔밥의 당근 정도라고 표현하며 날을 세웠다. 

굳이 이때의 승패를 따지자면 윤 후보의 1승이다. 돌발 입당으로 당대표를 패싱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 이 대표는 이를 적극 추진한 반면 윤 후보는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 등을 영입하며 견제구를 던졌다.

일명 '윤핵관(윤석열핵심관계자) 논란'도 이때부터 윤곽이 드러났다. 윤핵관과 대척점에 선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두 글을 올리고 잠적했다. 잠행 기간 동안 부산, 전남 순천, 제주 등 지역을 훑었다. 이들은 '울산 회동'으로 대화합을 선포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이 대표는 윤핵관 논쟁으로 급기야 상임선대위원장을 내려놨다. 선대위 개편을 놓고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사이 불협화음도 지속됐다. 이 대표를 향한 당내 반발도 커졌다. 꽤 길었던 이번 사태는 윤 후보가 선대위 전면 쇄신을 선포한 뒤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 후보를 찾으며 녹아내렸다.

이런 대서사시는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갈등으로 주목도 많이 받았다. 막장드라마는 시청률은 높지만 비판을 동반한다. '욕하면서' 본다. 다만 유권자가 보고 싶은 건 '웰 메이드'다.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작품성까지 인정받지는 못하듯, 높은 국민 관심이 곧 지지로 직결되진 않는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보합세가 이를 보여준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세 번이면 그만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제 제발 남의 집 싸움 구경은 그만하고 싶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