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한앤코 법정공방 '점입가경'…기류 변화 조짐
남양유업-한앤코 법정공방 '점입가경'…기류 변화 조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1.1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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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회장 "SPA 체결 과정서 김앤장 '쌍방대리' 몰랐다" 주장
'백미당 제외·임원진 예우', '매수가 3만원 상향 제안' 정황 공개
서울 강남 소재의 남양유업 사옥.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강남 소재의 남양유업 사옥. [사진=박성은 기자]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경영권 매각 이슈는 한앤코 측 법률 대리인의 배임적 행위와 양사 간의 확약이 무시됐단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남양유업과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코 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행에 따른 법적 공방은 최근 한앤코에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정황이 나오는 가운데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최대주주 홍원식 회장 측과 한앤코 간 경영권 매각 다툼은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4월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 이후 5월 대국민 사과를 시점으로 한앤코와 SPA를 체결했다. 하지만 7월 매각 관련 안건을 승인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홍 회장 측의 노쇼(No-Show, 연락 없이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것)는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후 홍 회장 측과 한앤코 사이엔 지분 가처분·계약해지·손해배상 청구 등 다양한 법적 공방이 이어졌고, 그 사이 홍 회장 측은 지난해 11월 한앤코와의 소송에서 승리하는 조건을 전제로 대유위니아에 대주주 지분을 넘긴다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홍 회장 측 “김앤장이 한앤코 날인 없는 계약서 가져왔다”

양측의 날선 법적공방은 해를 넘겼다. 홍원식 회장 측과 한앤코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에 대면했다. 이날은 한앤코가 지난달 홍 회장 등 대주주를 상대로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 간 ‘상호협력이행협약’ 효력을 무효화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따른 절차다. 

이는 앞서 한앤코가 지난해 8월 홍 회장 일가를 대상으로 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 같은 해 10월 홍 회장 측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과는 별개다. 

이날 양측 간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 중 알려지지 않았던 주장들이 제기됐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와의 SPA 체결 전까지 양쪽 법률대리인이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란 점을 인지하지 못했고, 김앤장이 한앤코에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 측의 주장은 ‘쌍방대리’기 때문에 양측의 SPA 체결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이날 홍 회장 측의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LKB)의 주장을 종합하면 홍 회장은 SPA 체결 과정에서 한앤코에 ‘백미당’ 디저트 사업 매각 제외와 임원진 예우 등을 명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홍 회장 측 대리인과 한앤코 대리인은 김앤장 내 같은 사모펀드팀에 소속돼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전 과정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조건은 계약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홍 회장 측은 강조했다. 

LKB는 SPA 체결 당일 김앤장 변호사가 한앤코 도장이 날인되지 않은 계약서를 가져온 상태에서 홍 회장의 도장을 날인했기 때문에 법률자문이 아닌 법률대리를 한 것이고, 이는 쌍방대리를 금지하는 변호사법에 위배되는 ‘배임적 대리행위’란 주장도 펼쳤다.

채무자(홍 회장 측) 동의 없이 채권자(한앤코)와 채무자 모두를 대리·자문한 법률 대리인 행위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이다. 

LKB는 한앤코가 거래 종결 전까진 권한이 없는 경영간섭행위를 하고 언론에 홍 회장 측의 요구를 유출해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만큼 채무불이행으로 판단하고 SPA 계약을 해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앤코 “사실관계 왜곡”…김앤장, 홍 회장에 내용증명

백미당 사업 매각과 임원진 예우는 홍 회장 측이 한앤코와 거래를 위해 내건 확약 조건이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한단 확약을 전제로 SPA를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아일보는 이번 심문에서 공개된 LKB의 ‘계약이행금지가처분 구술 변론’을 입수해 홍 회장과 한앤코 간 계약엔 다리 역할을 한 함모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함씨는 홍 회장의 지인이자 한앤코 한상원 대표의 대학 후배로 알려졌다. 

해당 변론에 따르면 홍 회장은 함씨의 소개로 한상원 대표를 만나 거래 조건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고, 한 대표는 홍 회장이 제안한 확약 조건을 지키겠단 취지로 약속을 했다. 

이후 홍 회장은 SPA 체결 당일인 지난해 5월27일 새벽 함씨에게 “최종본과 같이 우리 얘기한 가족, 내 것도 마무리 지어야 최종(적으로) 사인되는 것이죠?”란 문자를 보내며 확약 조건을 상기시켰다. ‘우리 얘기한 가족’은 홍원식의 처(이운경)가 운영하는 백미당의 분사를, ‘내 것’은 임원진 예우를 뜻한다.

하지만 계약 체결 당일 홍 회장의 대리인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가져온 계약서 최종본엔 백미당 매각 제외 내용과 임직원 예우 확약 사항이 누락됐다. 한앤코 도장 날인 또한 없었다. 홍 회장 측은 이에 대해 항의를 했지만 김앤장 변호사는 “추후에 보완이 이뤄질 것”이란 취지로 얘기하면서 날인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 측은 이후 한앤코가 함씨를 통해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약속했던 확약들은 모두 없던 일로 하고 거래종결일을 앞당기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SPA 매수가격을 주당 82만원에서 85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사과를 한 홍원식 회장. [사진=박성은 기자]
지난해 5월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사과를 한 홍원식 회장. [사진=박성은 기자]

홍 회장 측은 또 한앤코 측이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 간의 상호협력이행협약을 무력화하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부당하단 입장을 내놨다. 

남양유업은 SPA 분쟁을 해소한단 조건부로 대유위니아에 SPA 체결권을 부여했다. 홍 회장 측은 승소 시 주식 매수 권리를 주겠단 약속조차 금지하는 건 주식처분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앤코의 ‘피보전권리(가처분을 통해 보전하려는 권리)’는 존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사실 관계를 왜곡한 것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최근 홍 회장 측에 배임적 법률대리 행위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 만큼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여론을 감안할 때 공개된 내용들이 홍 회장과 남양 입장에선 분위기가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회장 측과 한앤코 간의 SPA 체결 이행을 둘러싼 본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13일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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