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당 제외·임원진 예우', '매수가 3만원 상향 제안' 정황 공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경영권 매각 이슈는 한앤코 측 법률 대리인의 배임적 행위와 양사 간의 확약이 무시됐단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남양유업과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코 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행에 따른 법적 공방은 최근 한앤코에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정황이 나오는 가운데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최대주주 홍원식 회장 측과 한앤코 간 경영권 매각 다툼은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4월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 이후 5월 대국민 사과를 시점으로 한앤코와 SPA를 체결했다. 하지만 7월 매각 관련 안건을 승인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홍 회장 측의 노쇼(No-Show, 연락 없이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것)는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후 홍 회장 측과 한앤코 사이엔 지분 가처분·계약해지·손해배상 청구 등 다양한 법적 공방이 이어졌고, 그 사이 홍 회장 측은 지난해 11월 한앤코와의 소송에서 승리하는 조건을 전제로 대유위니아에 대주주 지분을 넘긴다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홍 회장 측 “김앤장이 한앤코 날인 없는 계약서 가져왔다”
양측의 날선 법적공방은 해를 넘겼다. 홍원식 회장 측과 한앤코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에 대면했다. 이날은 한앤코가 지난달 홍 회장 등 대주주를 상대로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 간 ‘상호협력이행협약’ 효력을 무효화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따른 절차다.
이는 앞서 한앤코가 지난해 8월 홍 회장 일가를 대상으로 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 같은 해 10월 홍 회장 측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과는 별개다.
이날 양측 간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 중 알려지지 않았던 주장들이 제기됐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와의 SPA 체결 전까지 양쪽 법률대리인이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란 점을 인지하지 못했고, 김앤장이 한앤코에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 측의 주장은 ‘쌍방대리’기 때문에 양측의 SPA 체결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이날 홍 회장 측의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LKB)의 주장을 종합하면 홍 회장은 SPA 체결 과정에서 한앤코에 ‘백미당’ 디저트 사업 매각 제외와 임원진 예우 등을 명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홍 회장 측 대리인과 한앤코 대리인은 김앤장 내 같은 사모펀드팀에 소속돼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전 과정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조건은 계약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홍 회장 측은 강조했다.
LKB는 SPA 체결 당일 김앤장 변호사가 한앤코 도장이 날인되지 않은 계약서를 가져온 상태에서 홍 회장의 도장을 날인했기 때문에 법률자문이 아닌 법률대리를 한 것이고, 이는 쌍방대리를 금지하는 변호사법에 위배되는 ‘배임적 대리행위’란 주장도 펼쳤다.
채무자(홍 회장 측) 동의 없이 채권자(한앤코)와 채무자 모두를 대리·자문한 법률 대리인 행위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이다.
LKB는 한앤코가 거래 종결 전까진 권한이 없는 경영간섭행위를 하고 언론에 홍 회장 측의 요구를 유출해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만큼 채무불이행으로 판단하고 SPA 계약을 해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앤코 “사실관계 왜곡”…김앤장, 홍 회장에 내용증명
백미당 사업 매각과 임원진 예우는 홍 회장 측이 한앤코와 거래를 위해 내건 확약 조건이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한단 확약을 전제로 SPA를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아일보는 이번 심문에서 공개된 LKB의 ‘계약이행금지가처분 구술 변론’을 입수해 홍 회장과 한앤코 간 계약엔 다리 역할을 한 함모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함씨는 홍 회장의 지인이자 한앤코 한상원 대표의 대학 후배로 알려졌다.
해당 변론에 따르면 홍 회장은 함씨의 소개로 한상원 대표를 만나 거래 조건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고, 한 대표는 홍 회장이 제안한 확약 조건을 지키겠단 취지로 약속을 했다.
이후 홍 회장은 SPA 체결 당일인 지난해 5월27일 새벽 함씨에게 “최종본과 같이 우리 얘기한 가족, 내 것도 마무리 지어야 최종(적으로) 사인되는 것이죠?”란 문자를 보내며 확약 조건을 상기시켰다. ‘우리 얘기한 가족’은 홍원식의 처(이운경)가 운영하는 백미당의 분사를, ‘내 것’은 임원진 예우를 뜻한다.
하지만 계약 체결 당일 홍 회장의 대리인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가져온 계약서 최종본엔 백미당 매각 제외 내용과 임직원 예우 확약 사항이 누락됐다. 한앤코 도장 날인 또한 없었다. 홍 회장 측은 이에 대해 항의를 했지만 김앤장 변호사는 “추후에 보완이 이뤄질 것”이란 취지로 얘기하면서 날인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 측은 이후 한앤코가 함씨를 통해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약속했던 확약들은 모두 없던 일로 하고 거래종결일을 앞당기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SPA 매수가격을 주당 82만원에서 85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 측은 또 한앤코 측이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 간의 상호협력이행협약을 무력화하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부당하단 입장을 내놨다.
남양유업은 SPA 분쟁을 해소한단 조건부로 대유위니아에 SPA 체결권을 부여했다. 홍 회장 측은 승소 시 주식 매수 권리를 주겠단 약속조차 금지하는 건 주식처분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앤코의 ‘피보전권리(가처분을 통해 보전하려는 권리)’는 존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사실 관계를 왜곡한 것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최근 홍 회장 측에 배임적 법률대리 행위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 만큼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여론을 감안할 때 공개된 내용들이 홍 회장과 남양 입장에선 분위기가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회장 측과 한앤코 간의 SPA 체결 이행을 둘러싼 본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1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