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니 석탄' 안심은 이르다
[기자수첩] '인니 석탄' 안심은 이르다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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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산업계가 뒤숭숭하다. 지난해 전국을 할퀸 요소수 대란에 이어 이번에는 인도네시아발 석탄 대란이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자국 내 발전용 석탄 재고가 부족해지자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석탄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지 약 3개월 만의 일이다.

정부는 이미 확보한 석탄 재고량과 호주를 비롯한 다른 국가로부터의 정상 수입량을 감안할 때 당장 석탄 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내 단기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석탄 국가별 비중은 호주(49%)·인도네시아(20%)·러시아(11%)·미국(9%) 순이다. 국내 전체 석탄 수입량 중 5분의 1은 인도네시아 산이다. 절대적으로 큰 비중은 아니지만 무시할만한 수준도 아니다.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급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석탄 수요가 높은 철강이나 시멘트 업계 타격은 불가피하다. 마치 도미노처럼 산업계 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거기다 언젠가 ‘호주발 석탄’ 대란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인도네시아 석탄 사태 이면에는 미·중 무역전쟁뿐 아니라 호주·중국 무역분쟁 등 여러 글로벌 패권전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요소수 대란 때와 마찬가지다.

이렇듯 현재 글로벌 자원 대란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외교·국제무역 등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각 국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자원 인프라가 빈약해 일부 원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한국의 수입품 1만2586개 중 31.3%에 해당하는 3941개 품목의 특정 국가 의존도는 80%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 차체·시트 프레임·항공기체 등에 사용되는 마그네슘잉곳은 중국 수입에 100% 의존하는 실정이다.

올해는 국제 유가 상승과 더불어 니켈·아연·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 가격도 함께 뛰어오르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공급망 병목현상까지 발생하면 산업계는 또 한 번 휘청이게 된다.

정부는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태스크포스(TF) 긴급회의를 열고 국내 에너지·전력 수급 동향을 점검했다. 초기 대처에 실패한 요소수 대란 때의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이렇듯 정부 주도의 기민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요소수 대란을 거울삼아 선제적인 자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 제2의 요소수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