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다이야기'에 발목잡힌 P2E 게임
[기자수첩] '바다이야기'에 발목잡힌 P2E 게임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1.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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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두려울까. 최근 P2E(Play to Earn) 게임을 둘러싼 규제를 바라보면 정부의 우려가 대체 어떤 건지 궁금해진다. 정부가 규제 근거로 드는 ‘사행성, 환전성’ 등은 10여년 전 ‘바다이야기’ 사태 때 수립된 철지난 논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P2E는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장르다. 대체로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유저들은 게임 내 재화를 코인 등으로 환전할 수 있다. 게임 내 유저들의 자산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한국에선 P2E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에 코인, 환전 등이 접목될 경우 등급 재분류 또는 취소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국내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3년 전 ‘유나의옷장’은 등급재분류 결정을 받으며 서비스를 종료했고 최근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는 등급취소결정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게임물관리위는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제32조1항7호에선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 사용되는 가상화폐 등)의 환전 또는 환전 알선, 재매입 등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물 유통질서를 해치고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게임물관리위가 철 지난 논리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게임산업법이 제정된 건 2006년이다. 당시엔 2004년 출시된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가 심각한 사행성과 중독성으로 물의를 일으킨 상태였다. 이를 막기 위해 법이 마련됐고 이듬해(2007년)엔 환전금지 조항까지 추가됐다.

그러나 게임 성격과 무관하게 단순 환전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도 못하도록 막는 건 과하다. 특히 P2E는 플레이하면서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으로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게임과 거리가 멀다. 바다이야기는 판당 게임비를 받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일확천금 기회로 유혹한다. 반면 P2E 게임은 오히려 게임사가 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게임 내 폐쇄적인 경제 생태계를 해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행성이 우려된다면 P2E 게임에 한해 확률형 아이템을 엄격히 규제하는 건 어떨까. 현재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획득 확률정보만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그러나 P2E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과도하게 설계하면 사행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 유저들이 판매 가능한 가치 높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과도하게 현질(온라인서 현금을 내고 사는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 일괄적인 규제보단 좀 더 현명하게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