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량 늘었지만, '교역 질' 악화…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수출량 늘었지만, '교역 질' 악화…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2.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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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수입금액지수 159.29 사상 최고치
원유 및 천연가스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2021.12.21)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2021.12.21) (사진=연합뉴스)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 크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교역조건 악화는 수출 호재 속에서도 기업 업황 전망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같은 생산 대비 소득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원유 및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이런 상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한국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잠정)'에 따르면 수입물량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0% 상승한 126.54로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입물량지수는 수입물량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수입물량지수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수입량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떨어졌다는 것은 반대를 뜻한다.

11월 수입금액지수는 159.29로 나타났다. 원유·천연가스 등의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이로 인한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12개월 연속 상승, 지난 1988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반면 같은 기간 수출물량지수는 126.58로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했다. 수출물량지수는 13개월 연속 오르다 지난 9월(-2.4%) 감소 이후, 10월(3.4%)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또 11월 수출금액지수는 140.66으로 1년 전보다 21.1% 오르며 13개월 연속 상승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121.7%), 화학제품(31.1%),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30.8%),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반도체 금액이 43.7% 상승하며 19개월 연속 상승세로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의 수출 증가와 화학 제품 가격 상승으로 수출금액지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유가 및 천연가스 강세로 수입금액지수도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이렇다 보니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입가격(33.4%)이 수출가격(20.0%)보다 더 크게 올라 전년 동기 대비 10.1%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는 3.6% 하락한 수준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월 -3.2% △8월 -5.0% △9월 -4.5% △10월 -6.7% 등으로 악화되고 있다. 

11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량지수가 상승(5.9%)했지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10.1%)하며 전년 동기 대비 4.8% 떨어졌다. 

최진만 한국은행 물가통계팀 팀장은 "교역조건 악화 영향이 소비 위축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높은 순상품교역조건지수 악화는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팀장은 "11월에 유가가 안정세를 보인 부분이 반영되는 시점을 살펴보면 앞으로 추이가 예측되겠지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 교역조건도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교역의 질이 악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수출은 많이 하지만, 정작 벌어들이는 돈은 적은 '빛 좋은 개살구'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물론, 이로 인한 성장률 하락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에 안정화하면서, 교역 조건은 (하반기부터)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입이 확대되고 수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경상수지 악화로 국내 성장률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아일보] 김보람 기자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