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얀센 부스터샷 모더나 맞아보니
[기자수첩] 얀센 부스터샷 모더나 맞아보니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12.28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얀센’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으로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았다. 단 한 번의 접종으로 접종 완료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유혹으로 지난 가을 얀센 백신을 접종 받았지만 끝내 타 백신 접종자와 달리 가장 먼저 부스터샷을 접종받는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기저 질환자, 고령자들과 함께 부스터샷 필수 접종자가 된 얀센 백신 접종자들은 그야말로 사기 당한 피해자마냥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시작된 백신 포비아. 지난 가을 폭풍 검색으로 얀센 백신 부작용을 알아보던 그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그저 아찔하기만 했다. 다만 얀더나(‘얀센’ 백신의 ‘얀’과 ‘모더나’ 백신의 ‘더나’를 합성한 용어) 후기들은 “생각보다는 참을 만 했다”라는 말로 공포를 누그러뜨렸다.

최근 모더나 백신 접종자들의 부작용 후기와 젊은 층의 모더나 백신 접종 제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던 찰나여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얀센 백신을 접종 받았던 당시의 공포만큼 부스터샷 전날까지도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접종 여부를 강권하기에 앞서 백신 부작용 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공표한 구체적 설명이 무척 아쉬운 순간이라 하겠다.

드디어 접종 당일, 얀센 접종자가 왜 모더나 백신을 접종 받아야 하는지를 의사는 꽤 오래 설명했다. 익숙히 들어왔던 얀센,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외에도 다양한 백신이 부스터샷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손가락 마디보다 굵다는 얀센 백신의 ‘주삿바늘 괴담’과 달리 모더나는 접종 시 따끔한 느낌조차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다 됐어요” 하기 전까지 맞았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니까.

다만 접종 직후엔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얀센 백신(접종 후 8~10시간 후부터 극심한 근육통 시작)과 달리 모더나는 주사 접종 시에만 느낌이 없었을 뿐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럽더니 편두통처럼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15분 이상 이상반응을 관찰하고 귀가하라는 간호사의 설명에 진료실 밖 대기실에 앉았지만 머리를 짓누르는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기하는 동안 인터넷으로 모더나 부작용을 검색했고, 접종 직후 두통이 있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약 15분 후 여전히 머리가 아팠지만 통상적인 부작용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두통은 멈추지 않았고, 1시간여가 흐른 후부터는 몸이 덜덜 떨리는 오한이 왔다. 시베리아 벌판에 옷을 홀딱 벗고 서 있는 기분이랄까. 두툼한 옷을 찾아 겹겹이 입고도 급기야 치아까지 떨리는 오한으로 인해 참으려 했던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말았다. 일부 소수에서 타이레놀을 복용 시 혈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터넷 정보를 본 후였기에 ‘가급적 타이레놀은 복용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악마 같은 오한 앞에서 타이레놀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타이레놀을 복용하자 극심한 오한은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심심한 두통과 근육통, 오한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보름 가까이 지속됐던 얀센 백신의 부작용과는 달리 모더나 부작용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통과 오한이 사라졌을 뿐 새로운 부작용은 무척 당혹스러웠다.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모더나 접종자 중 일부 여성들에서 없던 생리통을 심각하게 겪었다는 후기를 접한 것. 공교롭게도 모더나 부스터샷을 접종받던 날 생리를 시작했고, 전에 없던 생리통이 발생하고 말았다. 검색을 통해 확인하기 전까지 그저 ‘없던 생리통을 하네’라고 생각했을 뿐 그것이 부작용일 수 있다는 의심은 하지 못했다.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모더나 부작용으로 ‘극심한 생리통과 함께 20일이 넘는 생리 기간을 겪었다, 일부에선 생리가 아닌 부정출혈도 있었다’는 글을 접하고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이 고통이 심각할 때 표현하는 “아기를 낳기 전 진통과도 같다”라는 생각을 나 또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인터넷 후기와 달리 통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생리기간도 평소와 같았다.

얀센 접종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왜 이 같은 부작용을 국민이 직접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확인해야만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접종 병원에서 배부한 접종 후 부작용 사례에는 그저 접종한 팔 부위의 통증과 미열 등 통상적인 예방접종 부작용만 적혀있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관련 기관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접종률 상승만큼 부작용 등 백신 접종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