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관성'과 '고집' 사이 양도세 중과
[기자수첩] '일관성'과 '고집' 사이 양도세 중과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12.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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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두고 당정 의견이 엇갈리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의심이 커진다. 정부와 집권당 대통령 후보 간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한 의견이 극명히 갈린 것을 본 국민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제안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도세는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이익 중 일부를 납세하는 제도다. 정부는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을 잡는 것을 양도세 인상 명분으로 세웠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양도세 인상이 거래 위축과 매물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 시 발생하는 차익 중 상당수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만큼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고 버틴다는 시각과 친족 등에 증여해 매물이 되레 준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거래 활성화와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를 제안했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집권 후에도 양도세 중과를 유예할 수 있다며, 유예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양도세 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홍 부총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정책 일관성'을 꼽았다. 경제 수장의 관점에서 그간 내세운 정부 정책 기조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견해로 읽힌다.

결국 양도세 중과 유예 논란은 시장에서 나오는 비판을 인정하는 쪽과 정책 일관성을 내세우며 고집 아닌 고집을 부리는 쪽으로 나뉜 모습이다.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 단지 실거주 의무 백지화와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안 철회 등을 통해 정책 뒤집기 기술을 보여왔다. 그런데 민생에 가장 밀접한 세금 부문에서만 기조를 유지하는 것에 의문과 비판도 나온다.

물론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새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 방향을 트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장 안정이라는 효과로 나타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당장 나타난 거래절벽 등 부작용 자체는 외면할 수 없다.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좋다. 일관성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일관성과 고집은 구별해야 한다.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문제는 보완하는 유연함이 필요해 보인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