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戰㉛<끝>] 삼성전기 장덕현 vs LG이노텍 정철동, 생존경쟁 '촉발'
[CEO戰㉛<끝>] 삼성전기 장덕현 vs LG이노텍 정철동, 생존경쟁 '촉발'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1.1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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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장덕현, 전임 그늘에 무거운 어깨…기술 고도화 지속
재임 정철동, 애플의존도 해소해야…삼성 주력시장 후발 참여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이 됐다. 기업은 이에 맞춰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동종 업종간 치열했던 경쟁을 넘어 이젠 이종 업종과도 싸워야 한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모든 기업이 경쟁자다. 이에 신아일보는 연중기획으로 ‘CEO戰’ 코너를 마련했다. 업종간·사업간 지략 대결을 펼치고 있는 CEO들의 라이벌 경영전략을 풀어본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그래픽=장유리 기자]
(왼쪽부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그래픽=장유리 기자]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내년부터 생존을 내건 기술경쟁을 벌인다.

각사는 주력시장이 다르지만 LG이노텍이 고사양 반도체 기판(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FC-BGA)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이미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기와의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양사는 최근 역대급 실적을 경신 중이다. 각 사장의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와 정철동 LG이노텍 대표는 각각 신임과 재임 수장으로서 각사를 이끈다.

장 사장은 2022년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하며 삼성전기 신임대표에 내정됐다. 반도체 개발 전문가라는 점에서 기술 중심인 삼성전기의 수장에 적임자란 평가다. 이에 삼성전기가 경쟁사를 뛰어넘어 글로벌 톱 부품회사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임자인 경계현 사장의 그늘이 크다. 지난 2020년 삼성전기 대표를 맡았던 경 사장은 사상 최대실적을 올린 공로로 취임 2년 만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 겸 대표에 내정됐다. 특히 경 사장은 고객사 다변화로 당시 삼성전자 매출비중을 줄였고 임직원들과 적극 소통해 사내문화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대표는 실적부터 사내문화 개선까지 경 사장의 업적을 잘 이어받는 게 첫 과제다.

장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사내게시판에 취임사를 통해 “신바람 나는 회사,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며 “조만간 임직원들이 있는 근무현장과 썰톡에서 직접 인사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또 지난주엔 부산사업장을 방문하며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부산사업장은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FC-BGA를 생산한다. 이 두 가지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FC-BGA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중 제조가 가장 어려운 제품이다. 서버·네트워크 등 고속 신호처리가 필요한 다양한 응용처 수요가 늘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모바일·PC용도 고다층·대형화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2026년까지 FC-BGA 수급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FC-BGA 생산을 확대한다. 장기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삼성전기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베트남 생산법인에 FC-BGA 생산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총 8억5000만달러를 투자키로 결정했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는 다소 여유롭다. 그동안 LG이노텍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으며 내년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매출 9조5418억원, 영업이익 6810억원을 올리며 2019년 달성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2019년엔 매출 면에서 삼성전기를 앞질렀다. 올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자부심’을 강조하는 조직문화의 성공적인 안착과 부가가치 높은 사업에 집중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2019년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에서 철수했고 지난해 10월엔 LED 사업도 종료했다. 반면 광학솔루션과 기판소재, 전장부품 등 3개 사업부문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전장사업 성과는 두드러진다. 증권업계는 LG이노텍의 전장 부품 수주 잔액이 누적 10조원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체 사업에서 ‘광학 솔루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애플 비중은 2016년 37%에서 지난해 68%까지 상승했다.

정 대표는 삼성전기 등이 진행 중인 FC-BGA를 돌파구로 삼은 모습이다. 올해 초 FC-BGA 사업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다만 생산까진 1~2년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