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늦었지만 반가운 롯데의 결단
[기자수첩] 늦었지만 반가운 롯데의 결단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1.12.1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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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 1위 롯데는 부침이 많았다. 형제의 난과 총수의 부재를 시작으로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일본 제품 불매운동 불똥 등 롯데를 둘러싼 악재는 끊이질 않았다.

롯데는 이에 2020년 임원인사에서 대표급 임원 22명을 교체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대규모 인적쇄신이었고 과감한 변화 시도였다. 당시 롯데는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 연계한 조직 개편과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라고 자평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면서 롯데를 비롯해 반등하려는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의 발목을 잡아챘다. 생존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롯데는 ‘롯데맨’들에게 한결같은 믿음을 줬다. 경쟁사들이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대대적인 혁신을 하는 와중에도 롯데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실적악화라는 결과로 되돌아왔다.

실제 롯데쇼핑의 매출은 2018년 17조8200억원, 2019년 17조6200억원, 2020년 16조1800억원 등 매년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롯데표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롯데쇼핑의 근간이자 롯데를 오프라인 최강자로 군림하게 했던 롯데백화점도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과거에 젖어 변화에 뒤처진 롯데’, ‘혁신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등의 분석이 나왔다.

롯데는 그간 ‘평생직장’·‘철밥통’ 이미지가 강했다. 한번 롯데맨이 되면 은퇴할 때까지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평판이 자자했다. 아무리 위기여도 한번 롯데맨이 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 롯데가 달라지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롯데쇼핑 주요 사업부에서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700여명 이상이 롯데를 떠났거나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결단은 2022년 임원인사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롯데는 1979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그룹의 핵심인 유통부문 총괄 대표에 외부 인물을 앉혔다. 또 그룹 내에서도 공채 중심의 순혈주의가 유독 강했던 롯데백화점 수장에는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의 인물을 선임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들어 그룹 사장단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 “실패보다 나쁜 건 실패를 숨기는 것, 그보다 더 나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 등 혁신을 줄곧 강조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과감한 인적쇄신으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물론 1위라는 명성에 부족할 만큼 경쟁사보다는 늦은 게 사실이지만 롯데의 저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제라도 혁신을 꾀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이 그저 반갑다. 롯데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생겼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