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심패스 힘겨운 ‘방역패스’
[기자수첩] 민심패스 힘겨운 ‘방역패스’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12.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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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시행되는 ‘청소년 방역패스’를 두고 정부와 일부 학부모‧학생들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제도를 두고 양측 모두 ‘안전’을 외치고 있지만 방향성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공동체 보호와 감염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학부모들은 접종 부작용으로부터의 안전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 백신 접종의 안전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예방접종 특집 브리핑'을 열고 불안감 해소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미 들불처럼 곳곳으로 번진 접종에 대한 공포감 앞에서 ‘해외에서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몇 마디 말은 잔불을 꺼트릴 정도의 모래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2년여의 코로나19를 겪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것도 문제다. 고강도 거리두기로 영업손실과 생활 불편을 감내해도, 백신 접종 속도전에 발맞춰 조기 접종에 동참해도 끊임없이 도래하는 위기에 ‘이번만 잘 따르면…’하는 기대감이 퇴색됐다.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치료제도 상용화 되지 않은 낯선 감염병, 예측을 벗어나는 확산세,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변이에 명확한 방역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그렇다면 정책의 ‘일관성’은 차치하더라도 ‘형평성’은 갖췄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용하거나 밀집도 조정이 가능한 학원‧독서실 등에는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놀이공원과 키즈카페, 돌잔치 등 다수의 인원이 이용하는 곳은 증명서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제도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방역패스는 사실상 접종강제라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혹이 짙어지는 이유다.

이에 방역패스 적용 시설로 분류된 업주들도 반발했다. 학원가에서는 골목상권의 중소규모 보습학원, 외국어학원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강력한 단체 행동 대응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13일부터 본격적인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접속량 폭증으로 시스템 먹통사태가 빚어지면서 비난에 직면했다. 질병청은 즉시 서버를 증설했다며 과부하 문제 대응에 미흡한 점을 사과했지만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에 갇힌 2년이라는 시간은 갑갑하고 힘겨웠다. 하지만 ‘변이’를 거듭하는 바이러스 탓에 얼마나 더 긴 시간을 버텨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앞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건 ‘믿고 따를 수 있는 정부’ 하나일 터다. 그리하여 일관성과 형평성을 갖춘 제도를 통해 “국민만 앞세우지 않겠다. 함께 가자”는 정부의 호소가 민심에 닿기를 기대해 본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