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도 눈독…토종호텔 '밀키트' 경쟁 본격화
롯데·신라도 눈독…토종호텔 '밀키트' 경쟁 본격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2.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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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000억 성장세…신세계조선, 한화도 미래 먹거리 낙점
'프리미엄 파인다이닝' 지향…수익원 다각화·충성도 제고 기대
호텔신라의 밀키트 '신라 다이닝 앳 홈' 3종. [사진=호텔신라]
호텔신라의 밀키트 '신라 다이닝 앳 홈' 3종. [사진=호텔신라]

밀키트(Meal-kit, 식사키트) 시장에서 토종 특급호텔 간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들은 성장세가 가파른 밀키트 시장에 속속 진출해 고급 이미지와 파인다이닝 노하우를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호텔롯데·호텔신라 등 토종호텔 톱(Top)2가 잇달아 밀키트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이미 진출한 신세계 조선호텔앤리조트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과의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이 내세우는 밀키트 라인업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날 자체 개발한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 ‘롯데호텔 1979’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허브 양갈비’를 내놨다. 롯데호텔 1979는 롯데호텔의 첫 개관 시기인 1979년부터 지금까지 40년 넘게 다져온 파인다이닝(고급식당) 노하우를 강조해 브랜딩한 것이다. 

첫 제품인 허브 양갈비는 자연방목으로 기른 뉴질랜드산 어린 양의 갈빗살 중 최고급 부위인 ‘프렌치 렉’을 주재료로 누구나 집에서도 간편하게 호텔 F&B(식음시설) 인기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상세한 레시피가 제품에 동봉됐다.

롯데호텔은 밀키트 론칭과 함께 그룹 계열의 이(e)커머스 채널 ‘롯데온’에서 제품 판매를 개시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크게 성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타깃으로 호텔 미식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밀키트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도 지난달 ‘신라 다이닝 앳 홈(SHILLA DINING at Home)’이란 고급 밀키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프레시지·마이셰프 등 국내 밀키트 기업들과 손잡고 ‘집에서 즐기는 호텔 파인다이닝’을 모티프로 스테이크·떡갈비 등을 판매 중이다. 특히 그룹 계열인 삼성전자의 신개념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를 통해 조리할 수 있는 점을 집중 강조하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조선과 한화 등 다른 대형 토종호텔들은 지난해부터 밀키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호텔 밀키트’ 카테고리를 꾸준히 키우고 있다. 조선호텔의 경우 지난해 8월 대표 중식당 ‘호경전’ 브랜드를 앞세운 유니짜장·삼선짬뽕 밀키트를 선보인 후 출시 100여일 만에 10만개나 판매되면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판로도 그룹 계열의 SSG닷컴과 이마트, 이마트24 등 온·오프라인 채널로 다변화하고, 제품군도 LA양념갈비·볶음밥·탕수육 등으로 확장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11월 프레시지와 협업해 ‘63다이닝 키트’를 출시하면서 체험을 중시하는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결합 마케팅) 사업으로서 키우겠단 공언을 한 바 있다. 출시 당시 문석 전 대표가 직접 밀키트를 소개할 정도로 의지가 컸다. 한화는 현재 세 차례에 걸쳐 주요 호텔·리조트 F&B의 인기 메뉴를 밀키트로 개발해 홍보하고 있다. 

이커머스 롯데온에서 판매 중인 밀키트 '롯데호텔 1979'의 허브 양갈비. [사진=해당 홈페이지 캡쳐]
이커머스 롯데온에서 판매 중인 밀키트 '롯데호텔 1979'의 허브 양갈비. [사진=해당 홈페이지 캡쳐]
모델들이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조선호텔의 호경전 유니짜장과 삼선짬뽕 밀키트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모델들이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조선호텔의 호경전 유니짜장과 삼선짬뽕 밀키트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63 다이닝' 밀키트.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63 다이닝' 밀키트.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이처럼 토종 특급호텔이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배경은 관련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17년만 해도 100억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MZ세대를 중심으로 미식 경험 수요(Needs) 확대와 함께 1인가구의 빠른 증가, 코로나19 이후 집밥 소비 확산에 힘입어 지난해엔 2000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올해엔 3000억원, 2024년엔 7000억원 규모로 불과 7년 새 70배가량의 성장세가 예측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업계 침체가 지속된 가운데 수익원 다각화 차원에서 밀키트를 신사업으로 택한 것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호텔 밀키트가 전체 사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밀키트를 경험한 이들을 호텔 오프라인 F&B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단 판단에서다.

특급호텔 한 관계자는 “밀키트는 사업 초창기로서 아직 전체 매출의 1% 남짓에 불과하지만 호텔 미식 경험을 실제 레스토랑에서 해보고 싶단 수요와 연결되고, 나아가선 객실 투숙이나 호텔 브랜딩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대효과는 꽤 크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