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자산, 첫 단추 잘 끼워야
[기자수첩] 가상자산, 첫 단추 잘 끼워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12.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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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라 인허가를 받은 거래소들과의 거래만이 허용됐고, 내년 3월부터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산이동규칙(트래블룰)이 적용되면서 가상자산의 움직임이 추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규제로 가상자산 업계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규제 일변도가 산업의 진흥을 담보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명확한 업권법을 제정해 가상자산을 법적인 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그래서다. 

전문가들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정부의 강한 진입 규제와 방치 탓에 제도권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투기적인 성격만 강화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우리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 말까지 거래대금이 4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고파는 '매매'에만 치중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관련 금융상품은 물론,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없는 까닭에 단순 코인 거래 이상으로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가 꾸준한 상황이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올해 4월 미 나스닥에 상장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지난 10월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허용했고,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제도화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가상자산을 법적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구조적 이슈와 연결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을 법적인 자산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업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관련 제도를 만들기 위해 나선 상황이다.

가상자산 업권법은 산업의 혁신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방면에서 새로운 감독기구 설립은 필수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가상자산 관리 체계는 효율적인 가상자산 산업 육성과 규제 추진을 어렵게 한다. 가상자산은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의 합작품이며, 지금도 진화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 만큼 기술 발전을 이해하고, 진흥과 규제를 고도화할 전문화된 감독기구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시장은 시가총액 2000조원이 넘고, 국내 투자자들만 8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제는 가상자산을 불확실한 미지의 투자대상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을 거둘 때다. 그보단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정책을 마련해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할 기반을 마련하고, 투자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