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후퇴 위기'에 기준금리 1월 인상 회의론 확대
'경제 후퇴 위기'에 기준금리 1월 인상 회의론 확대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2.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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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 위축 등 체력 고갈로 기준금리 인하 카드 사용 무리
미국 테이퍼링 속도 미지수…FOMC 살핀 후 신중한 접근 필요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으로 팬데믹 극복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플레이션과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1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믿음도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이미 우리 경제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2021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서 따르면 3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전기대비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역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3.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분기별 성장률도 1분기(1.7%), 2분기(0.8%), 3분기(0.3%)로, 연속 상승을 하고는 있지만 상승폭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특히,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민간소비는 2분기 3.6% 증가했으나 3분기에는 0.2% 감소하면서 3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됐다. 여기에 수출경기확산지수도 48.5로 집계돼 3개월 연속 50을 밑도는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월 경제동향'에서 기존 대비 성장률 하방 우려에 보다 무게를 실었고,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빠지면서 성장률이 많이 나와봐야 2%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추락하는 중국, 모호한 미국…"한국 금리 신중히 판단할 때"

미국의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시간표가 빨라질 것이라는 설은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 확증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중국은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지급준비율 인하로 태세를 전환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8%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 전망을 5.6%까지 낮추는 등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지난달 계량모형 분석 결과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1% 낮아질 경우 국내 성장률이 0.1∼0.15%p 하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도 "주택가격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전월비 및 전년비 하락세로 전환한 만큼, 디레버리징(부채관리)에서 부양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이 점차 옮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중국 지준율 인하가 이미 단행됐고, 미국은 아직 (정책) 결정이 안 된 시기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정책과 관련 "미국에겐 인플레이션이 현안이기는 하다. 지금 테이퍼링 시기를 앞당기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오미크론이 강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거론되는 것"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변이 관련 새 변수가 부각될 여지와 그 대응을 열어둔 발언인 셈인데, 앨버트 불라 화이자제약 CEO가 7일(현지시간) "오미크론의 빠른 전염은 변이 바이러스가 수십억 명의 몸에 들어갈 수 있고, 또 다른 변이가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다양한 변이 발생 가능성을 제기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더라도, 한국의 경우 저소득층 이자 부담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필요 이상 빨리 올리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높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올리더라도 천천히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헝다 등 부동산 업체가 중국 경기를 본격적으로 침체기로 끌고 갈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경제 상황에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헝다그룹. (사진=AFP 연합뉴스)
헝다 등 부동산 업체가 중국 경기를 본격적으로 침체기로 끌고 갈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경제 상황에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헝다그룹. (사진=AFP 연합뉴스)

◇ 오미크론발 물가 상승에 '답은 금리 인상뿐' 해석은 곤란

결국, 우리 경제는 중국 문제를 주시하면서, 경기 침체를 본격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김상봉 교수는 "2% 초반 정도로 성장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미크론 변이는 단기적으로 물가를 밀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력 부족을 유발하고 공급망 병목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 경우 금리 인상이 답이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었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가세한 상황"이라면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미크론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경우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강화하며 중장기 금리 하락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수요가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재정 및 통화 긴축이 진행되면, 민간 구매력과 성장세 둔화 가능성이 확대된다"고 우려하는 등 금리 인상이라는 약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앞서 살펴봤듯,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 훼손과 수요 위축은 이미 심각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테이퍼링 조기 진행과 기준금리 인상 임박 등을 이유로 우리도 반드시 1월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볼 당위성은 크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중국과 오미크론발 글로벌 경기후퇴 가능성을 주시해야 할 내년 상황 속에서, 서두부터 미리 지나치게 빨리 유용한 카드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이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과 기준금리를 두고 어느 정도 수위조절을 할지 확인하고, 이후 경제 상황까지도 일정 시간 살필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