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빨라진 긴축 시나리오에 대한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용 상황을 주시하면서 각국이 유동성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오미크론과 헝다 디폴트 문제 등이 긴축 시나리오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만만찮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WSJ, 이하 모두 현지시간) 미국이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WSJ는 "지난달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방준비제도의 목표 2%의 두 배 이상인 5∼6%에 달한다는 통계가 잇따라 발표됐다. 실업률은 최근 4.2%까지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분석하면서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초 6월로 예상됐던 테이퍼링을 연준이 앞당기려면 장애 요소가 적지 않고, 시장의 심리도 통일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긴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10년 국채 금리가 급락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 경기침체 리스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일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미국과 유로존 등의 선진국을 포함해 한국도 앞으로 경기 하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신흥국 경제도 러시아를 제외하고 일찌감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경제도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1~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9.8%를 달성하며 올해 목표인 '6%이상'을 상회했으나, 1분기 18.3%에 달했던 성장률이 2분기에는 7.9%, 3분기에는 4.9%로 둔화되면서, 4분기 성장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3일 세계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해 "지난 10월 내놓은 세계 성장 전망을 다소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현실화되고 있는 악재들의 크기도 만만찮다. 우선, 오미크론의 영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초 우려보다 위험성이 적은 것 아니냐는 긍정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치명도가 높지 않은 것과 별개로, 전파력과 돌파감염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된다는 지적은 무시 못할 대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미크론에 따른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면서 노동 공급 회복 제약과 공급망 병목현상 악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미크론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경우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강화하며 중장기 금리 하락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헝다그룹의 디폴트 사태가 부각되면서 중국 내 다른 부동산업체들까지 연쇄 파장을 빚을 가능성도 리스크다.
중국 당국은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리커창 총리는 헝다 이슈를 단기 경기 파동으로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해 이에 따른 영향이 작을 수 없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업체와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하면, 부동산 경기 경착륙과 금융시장 충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미 긴축 발작이 신흥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도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 같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갖고 있다고 해도,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아 일방적인 긴축 독주를 펴는 무리수를 둘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14~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발언에 적절한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불확실성에도 최근 연준의 스탠스는 과도한 매파로 돌변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테이퍼링 가속화에 대한 지나친 불안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